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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뭐길래…탈원전 백지화 기대 속, 기업들 투자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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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SMR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SMR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SM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예고하면서 보다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13일 SK 측은 “글로벌 넷제로(탄소중립) 기여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 왔다”며 “여러 업체를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MR은 발전용량이 1000㎿ 안팎인 대형 원전에 비해 300㎿ 안팎으로 작고(Small),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Modular)해 건설하는 원전(Reactor)이다. 방사능 유출 같은 중대사고 가능성이 작고, 대량생산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한 데다 그린수소, 열 생산 등으로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SK가 검토 중인 업체 중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인 테라파워 등이 포함돼 있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SMR의 상용화에는 최소 7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돼 SK는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삼성중공업 등 뛰어들어 

일찌감치 SMR 투자와 개발에 적극 나선 기업도 많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두 차례에 걸쳐 1억4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한 상태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지난해 7월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회장과 추가 지분 투자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며 수조원 규모의 SMR 기자재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박지원(사진 왼쪽)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미국 SMR업체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존 홉킨스(오른쪽) 회장과 추가 지분투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지난해 7월 박지원(사진 왼쪽)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미국 SMR업체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존 홉킨스(오른쪽) 회장과 추가 지분투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설계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 미·러·중에 뒤처져 

이처럼 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SMR 개발 속도는 주요국보다 뒤처져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 노형은 71개다. 원자력 강국인 미국(17개)과 러시아(17개), 중국(8개)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 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 투자를 확정한 상태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해상부유식 SMR을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추진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초(2012년)로 표준설계 인증을 획득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SMR에 적합한 인허가 체계가 미비한 데다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정책 지원 지연 등으로 10년째 실증·상용화에 실패했다.

SMR 주요국 현황. [자료 전경련]

SMR 주요국 현황. [자료 전경련]

그러나 지금에라도 SMR 상용화 계획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40%에 달하는 영국도 SMR과 원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탄소 중립에 주어진 시간과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모두 부족한 한국은 SMR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국이 과거 SMR 선도 국가였지만 탈원전 기조 때문에 지난 5년간 사그라들고 있었는데 국내 실증 가능성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내외 여러 기업, 기관에서 SMR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는 203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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