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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재훈의 음식과 약

비염 스프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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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코막힘 완화 스프레이는 방송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약이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방송할 수는 없으니 쓰긴 쓰는데 계속 써도 안전한가 주로 묻는다. 정답은 ‘안 된다’이다. 사용상 주의사항에 7일 이상 계속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비충혈 제거약에 중독되진 않는다. 하지만 약효가 떨어질 때쯤 코막힘이 더 심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 답답함을 느껴 비염 스프레이를 또다시 사용하면 악순환이 계속된다. 비염약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콧속 점막 염증이 더 심해지는 이른바 약물성 비염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코막힘 제거약으로 사용되는 약성분(자일로메타졸린)은 연속 사용해도 반동성 비충혈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 약효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오래가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사용설명서 상에는 하루에 3회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한 시간마다 약을 뿌릴 정도로 과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는 병·의원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스테로이드 분무약을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봄철이다. 비염 관리가 더욱 중요한 때다. [중앙포토]

봄철이다. 비염 관리가 더욱 중요한 때다. [중앙포토]

약 성분은 동일한데 느낌이 다른 이유도 자주 묻는 말이다. 약품에 포함된 보존제 때문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존제로 염화 벤잘코늄이 들어있는 코 스프레이의 경우 콧속 점막이 붓는 약물성 비염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는 이럴 경우에 도움이 된다. 이제는 약 성분 외에도 약품 속에 들어있는 모든 성분이 표시되므로 민감한 사람의 경우 내가 사용하는 비염 스프레이에 염화 벤잘코늄이 들어있는지 미리 확인해보는 게 좋다. 제품에 따라 분사 범위가 다르기도 하고 비충혈 제거약 외에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으면 콧물, 콧속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간혹 졸음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운전이나 기계류 조작은 피하는 게 좋다.

코에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고개를 살짝 숙이거나 바로 세워야 한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 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삼킬 가능성이 커진다. 콧속에서 작용해야 할 약 성분이 입에서 느껴지면 약을 잘못 사용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스프레이를 사용하기 전에는 코를 가볍게 풀고 스프레이 분무 뒤에는 3~5분 동안 코를 풀지 않는 게 좋다. 그래야 약 성분이 코에 남아 약효가 더 오래간다. 코의 중앙에 있는 비중격이 다치지 않도록 바깥쪽을 겨누는 게 안전하다.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콧속 점막을 촉촉하게 해주는 것도 비중격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작은 스프레이 하나도 알아둘 게 참 많다. 약이란 그런 것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