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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나토 軍위원장 "우크라 무기 지원 논의...결정은 한국 몫"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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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군사위원장이 방한 중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는 비살상 군수 물자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결국 결정은 한국 몫"이라고 말했다.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폴란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폴란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나토는 강요 안 해"

바우어 위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폴란드 대사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전날 서욱 장관,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만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국 국회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막을 무기가 한국에 있다"며 무기 지원을 공개 요청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으로서는 비살상 군수물자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답했다"며 "지원 여부는 결국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나토는 30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조직으로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엄밀히 말해 나토가 하는 게 아니며, 회원국과 동맹의 각자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사정에 맞게 인도적 혹은 재정 및 무력 지원을 하면 된다"는 취지다. 한국에 대해선 "비살상용 물자 지원, 인도적 지원, 자금 지원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는 "무기를 보내는 일만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낯설어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소용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러, 우크라 동부 집중"

현 우크라이나 전황을 묻자 바우어 위원장은 "러시아가 전선을 넓히다 보니 어느 한 곳의 승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러시아군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철수해 우크라이나 동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용기는 매우 훌륭하며, 나토는 이를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 남아있느냐는 질문에는 "나토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새 회원국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나토 가입을 위해선 30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을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부상하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각국 주권에 따른 결정"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얻을 교훈과 대만 문제에 시사하는 바를 묻자 바우어 위원장은 "내가 중국 정부와 직접 대화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의 단결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방이 힘을 합치면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제재의 위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폴란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폴란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현주 기자.

"북핵, 나토도 위협"

바우어 위원장은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발전해 나토 회원국의 영토까지 닿는 수준이 됐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북핵 대응을 위해 한국 내에서 나토식 핵 공유 방식이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며 한ㆍ미 간 확장 억제 논의는 나토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 관련 증거는 파악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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