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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유통선 짐싸고, IT·전자는 늘렸다…코로나에 엇갈린 ‘일자리 희비’

중앙일보

입력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급여 상위권을 차지한 은행원 중 상당수는 특별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희망 퇴직자들이었다. 지난해 시중은행 명예 퇴직자는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업종별로 ‘일자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하며 산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조선·유통 업종의 직원 수는 크게 감소한 반면 정보통신(IT)·전기전자·제약 바이오 업종에서는 정규직·기간제 직원, 임원을 막론하고 일자리가 고르게 증가했다. 다만 IT 업종 중에서는 통신 3사는 고용 인원이 1000명 이상 줄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매출 규모 500대 기업 중 336개 기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고용 변화를 분석했다고 12일 밝혔다. 그 결과 정규직 직원 수는 123만5155명으로 전년 대비 0.6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기간제 직원은 8만2744명으로 10.8% 늘었다. 미등기임원은 1만1372명으로 4.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은 전년보다 15.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1.2% 늘었다.

특히 은행권의 고용 감소 규모가 컸다. 지난해 은행의 정규직·기간제 직원 수는 전년 대비 2536명(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22개 업종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0개 은행 중 직원 수가 증가한 곳은 기업은행·하나은행뿐이었고 이 중 정규직이 증가한 곳은 기업은행이 유일했다.

지난해 수주 목표를 채운 조선업종도 고용 규모는 줄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서 1856명이 인력이 직장을 떠났다.

주요 오프라인 유통기업에서도 인력이 크게 감소했다. 정규직은 1335명(1.4%)이 줄었고 대신 기간제(490명, 15%)·임원(31명, 7.4%)이 늘었다. 특히 롯데쇼핑의 직원 수는 지난해 2만1042명으로 1년 새 1749명(7.7%) 감소했다.

지난해 고용 인원이 많이 증가한 업종은 IT·전기전자였다. 지난해 26개 기업에서 27만9387명을 고용해 전년보다 8604명(3.18%) 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력이 3995명(3.7%) 늘었고 LG에너지솔루션(2040명), LG디스플레이(1722명), LG이노텍(1588명), 현대오토에버(1410명), LG화학(1403명), 한화솔루션(1173명), SK하이닉스(1127명), 삼성바이오로직스(1073명) 등도 직원을 1000명 이상 늘렸다.

고용 인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제약·바이오 업종이었다. 조사 대상 11개 기업 중 한미약품을 제외한 10개 기업의 고용이 늘어 전년 대비 12.1%(2060명)의 증가율을 보였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난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일자리 환경은 악화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산업 환경에 업종별 고용의 명암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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