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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압박하던 그가 국토장관에...원희룡 '제주 2공항' 풀까

중앙일보

입력

 [이슈분석]

지난해 3월 제주 2공항 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희룡 지사.[연합뉴스]

지난해 3월 제주 2공항 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희룡 지사.[연합뉴스]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건설을 추진하겠다. 국토부는 계획대로 공항 건설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3월 10일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 2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앞서 2월에 발표된 2공항 건설 관련 도민 찬반 여론조사에서 민심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논란이 더 커진 상황이었다.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반대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다소 많았지만, 성산주민(500명) 조사에선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2배가량 높았다.

 원 지사의 이런 입장 발표를 두고 국토교통부에선 상당히 당혹한 반응이었다.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한쪽으로 나왔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이런 결과이면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주 2공항 사업은 기존 제주공항의 항공기 포화 등을 고려해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약 540만㎡ 부지에 5조원을 투입, 3200m 규모의 활주로를 갖춘 공항을 지어 항공교통량을 분산시킨다는 게 골자다

 원 지사는 지난해 8월 대선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그 사이 환경부가 2공항 건설에 꼭 필요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여러 이유를 들어 반려한 탓에 사업 자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토부는 환경부의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 원 전 지사가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관련 절차를 거쳐 취임하면 제주 2공항은 가덕신공항과 함께 국토부 장관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SOC 과제 중 하나가 된다.

 사실 원 후보자는 제주 2공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 2015년 정부가 기존 제주공항을 유지하면서 성산읍 부근에 2공항을 추가로 건설키로 결정한 데에도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2공항 조감도. [사진 제주도]

제주 2공항 조감도. [사진 제주도]

 당시 전문가들은 제주에 보다 규모가 큰 통합신공항을 짓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원 후보자가 제주 시내 상권 등을 고려해 제주공항의 존치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국토부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제주 2공항 건설을 공약한 데다 원 후보자 역시 지사 시절 2공항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점 등을 들어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면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한 보완작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 개념이 불분명한 지적사항도 있어서 보완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장벽을 넘는다고 해도 더 큰 난관이 기다린다. 바로 극명하게 갈라진 제주 민심이다. 당장 원 후보자가 지명되자 2공항 반대단체에서는 장관 지명 철회와 2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당선인은 제주 2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뉴스1]

윤석열 당선인은 제주 2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뉴스1]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도내 여론이 모이지 않고 대립하는 상태에선 2공항을 추진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더 많은 문제만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도지사가 2공항에 대해 어떤 공약을 내걸지가 관건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찬성 쪽이라면 원 후보자와 함께 보조를 맞춰 2공항을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면 중앙정부가 이를 무릅쓰고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도민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공항을 포기하고 기존 제주공항만 운영하되 안전을 위해 항공편을 대폭 줄여야 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제주 2공항의 운명은 원 후보자의 의지와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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