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접전 예고된 佛 결선투표…마크롱 "향후 2주에 유럽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마뉘엘 마크롱 대 마린 르펜.
오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의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두 후보는 2주간의 치열한 막판 선거전에 돌입했다. 결선에 오른 두 후보의 면면은 2017년 때와 같지만, ‘마크롱의 낙승’이었던 당시와 달리 이번 승부는 오차범위 내의 피말리는 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과 이에 맞서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선거 포스터. [AP=연합뉴스]

프랑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과 이에 맞서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의 선거 포스터. [AP=연합뉴스]

11일 오전 5시 프랑스 내무부가 발표한 대선 1차 투표 결과(개표율 99% 기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전진하는공화당)은 27.6%, 르펜 후보(국민연합·RN)는 23.4%를 각각 득표했다. 극좌 성향의 장뤽 멜랑숑(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가 22%, 극우파인 에릭 제무르 (재정복·르콩케트) 후보는 7.1%를 득표해 뒤를 이었다.

연임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실수하지 말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체 1위에 올랐지만, 2위와의 격차가 4%포인트 차 박빙이어서다. 프랑스 국제방송인 프랑스24는 “마크롱의 선거캠프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선 투표도 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을 뽑겠다는 응답이 52%로 르펜 후보를 선택한다는 응답(48%)보다 불과 4%P 높았다. 2017년 결선투표에서 마크롱(66.1%)이 르펜(33.9%)을 넉넉한 표차로 따돌린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연단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연단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특유의 ‘공화국 전선’ 효과를 노리고 있다. 프랑스는 공화정의 가치에 반하는 전체주의나 극우 정권이 탄생해서는 안된다는 주류 정치인과 유권자간의 공감대가 있고, 이에 따라 주요 선거에서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뭉쳐왔다. 2002년과 2017년 대선 때도 공화국 전선이 구축돼 극우 세력의 정권 창출을 저지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 10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급선무는 22%를 득표하며 3위에 오른  멜랑숑 후보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멜랑숑이 진보 세력의 표를 쓸어 담으며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며 “그의 유권자들이 결선 투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멜랑숑 후보는 이날 “르펜에게는 어떠한 표도 주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Ifop에 따르면 현재 멜랑숑 후보 지지자의 절반가량이 결선투표에서 기권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에 지지를 선언한 후보는 4.8%를 득표한 발레리 페크레스(우파공화당·LR) 후보 등 한자릿수 대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0일 예정된 양자 토론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번 토론은 프랑스와 유럽의 미래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르펜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프랑스 북부의 블루칼라 노동자층에 구애하며 표심공략에도 나섰다. 피에르 후스키 정치평론가는 “르펜 입장에선 토론에 능한 마크롱 대통령을 마주하는 것이 꽤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라며 “5년 전에도 르펜은 토론에서 졌다”고 말했다.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반면 르펜 후보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등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각시키며 ‘반 마크롱 전선’을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르펜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교에 몰두한 사이, 민생 행보에 나서며 바닥 표심을 다져왔다. 지난 1985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프랑스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겠다면서 20%인 부가가치세(VAT)를 5.5%까지 낮추고, 30세 미만 국민에게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또 프랑스 중소 도시와 시골로 내려가 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생활밀착형 의제를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르펜 후보가 마지막 선거기간에도 연료와 필수품에 대한 세금 인하 등 민생과 인플레이션 대처 공약 등 민생 현안을 집중적으로 들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과 달리 ‘반(反) 난민’ 등 극우적 발언도 자제하고 있다. 르펜 후보는 “마크롱을 선택하지 않은 모든 이는 함께해달라”며 “내가 승리해야 프랑스의 번영과 위대함이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과 이에 맞서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오른쪽) 국민연합(RN) 후보,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의 공보물. [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과 이에 맞서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오른쪽) 국민연합(RN) 후보,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의 공보물.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도미닉 토머스 CNN 유럽담당 해설위원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 르펜 후보의 러시아에 대한 오랜 지지 행보로 인해 프랑스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