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정거래법 위반' 40억 과징금 맞은 이랜드, 고발은 면했다 왜

중앙일보

입력

[사진 이랜드]

[사진 이랜드]

이랜드그룹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자금난을 겪게되자,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을 통해 1000억원대의 자금을 무상으로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10일 1071억원 상당의 자금 무상 제공 등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이랜드리테일(이하 리테일)과 이랜드월드(이하 월드)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억7천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월드는 그룹 소유·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 총수(동일인)인 박성수 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99.72%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월드는 2010년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었다. 2014~2017년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해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을 직면한다.

리테일은 2016년 12월 월드 소유 부동산 2곳을 총 6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명목으로 월드에 560억원을 지급했다. 6개월 뒤 리테일이 잔금을 내지 않으면서 계약은 해지됐고 계약금을 돌려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월드는 56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181일 동안 무상으로 빌려 해당 기간의 이자 비용 13억7000만원의 경제상 이익도 얻은 셈이 됐다.

이런 방식이 사용된 것은 리테일의 최대 주주였던 월드가 2014년 6월 외부 투자자와 주주 간 약정을 맺으면서 발행한 이랜드리테일 상장전환우선주(RCPS)의 계약 내용 때문이었다. RCPS 계약에 따라 계열사 간 채권·채무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월드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는데, 월드는 리테일과의 상거래에서 생긴 채무(선급금) 중 약 500억원 이상을 2016년 말까지 급히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결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결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대규모 거래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진행된 점 ▶리테일이 내부적으로 부동산 활용 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점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없는 점 등이 이 부동산 거래가 통상의 경우와 달리 월드를 부당지원할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란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리테일은 의류 브랜드 'SPAO'를 양도해 월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2014년 5월 양도대금 약 511억원의 SPAO 양수도계약을 맺었고, 리테일은 그해 7월 양도대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부터 양도하기 시작했다.

월드는 유동성이 부족했던 상태에서 2017년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대금을 분할상환했고, 지연이자도 전혀 내지 않았다. 이중 13차례(243억원)는 현금 없이 대물·채권으로 상계하는 방식을 썼다.

결국 부당 지원을 통해 월드는 511억원의 자금 지급을 유예받아 유동성 공급 효과를 누렸고, 지연이자를 내지 않음으로써 최소 35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받게됐다. 이 밖에도 리테일은 2013년 11월~2016년 3월 월드 대표이사의 인건비 1억8500만원을 대신 지급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인 리테일이 부당 지원에 동원된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고발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황원철 기업집단국장은 조치 수준에서 고발이 빠진 이유에 대해 "이랜드월드의 매출액 대비 지원금액이 많지 않고,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월드의 시장 점유율이 정체 상태였던 점이 고려됐다"며 "지원 과정에서 동일인이나 대표이사의 직접적인 관여 증거는 부족하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