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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중계권, 이번에도 수의계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지난 2016년 심야에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들에게 첩보 작전처럼 비밀리에 고지했고,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잠갔다. KLPGA는 TV 중계권 우선협상 대상자인 SBS 및 SBS플러스와 해마다 64억 원씩 5년간 총 320억 원 조건에 중계권 계약을 통과시켰다. 앞서 JTBC골프와 MBC 등도 “중계권에 관심이 많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묵살당했다. KLPGA는 “JTBC 제안서를 뜯어보면 위법”이라며 열어보지도 않았다. 당시 JTBC골프의 제안액은 연 100억 원이었다. 연간 금액 기준으로 SBS 제안액(64억 원)보다 1년에 36억원, 5년으로 계산하면 180억 원 많았다. 결과적으로 KLPGA는 경쟁 입찰을 포기함으로써 더 받을 수 있는 거액을 날린 셈이다.

KLPGA 중계권 계약 시즌이 돌아왔다. 원래 계약기간은 2021년까지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장돼 올해 말 끝난다. 김남진 KLPGA 사무총장은 “중계권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논의된 것도 없고, 우선협상 대상자가 있는지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6년 당시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중계권 계약의 전례를 볼때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점점 올라가는 KLPGA투어 중계권료

점점 올라가는 KLPGA투어 중계권료

KLPGA 중계권에 관심을 보이는 미디어는 많다. JTBC골프는 “KLPGA가 어려웠던 과거(2007~2013년)에 함께 했다”며 다시 파트너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PGA 투어 CJ컵을 주최하면서 선수를 후원하는 CJ그룹도 골프 중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한국과 일본 내 중계권을 연 5670만 달러에 사들인 에이클라도 골프 채널을 만들어 놓고 쓸만한 중계권을 찾고 있다.

다양한 OTT 플렛폼이 등장하면서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 가격도 치솟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지난 2020년 CBS 및 NBC와 미국 내 주말 3, 4라운드 방송중계권 계약했다. 연 7억 달러씩 10년간의 장기 계약이었다. 이전 계약보다 70% 넘게 오른 액수다. 총액으로 70억 달러, 우리 돈 약 8조5300억원이다.

선수들 불참으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골프슈퍼리그는 넷플릭스와 연 5억 달러에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US오픈을 포함한 골프대회의 미국 내 중계권을 12년간 연 9300만 달러에 FOX에 팔았다. 이 중계권 계약은 사실상 (남자) US오픈 가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하나의 중계권료가 1133억원이라는 얘기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BO는 2019년 유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을 통해 중계권을 기존(456억원) 대비 2배가 넘는 5년간 총 1100억원에 팔았다. 이전엔 수의계약을 했는데 공개경쟁 입찰로 바꾸면서 중계권료가 크게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한국 내 중계권 가치도 기존 연간 8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수준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KLPGA의 중계권 가격은 2014~2016년 연 45억원, 2017~2021엔 연 64억원이었다. 골프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골프 중계권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KLPGA 투어의 중계권 가치도 많이 올라갔을 것으로 본다. KLPGA 투어의 한 선수는 “당연히 여러 업체의 제안을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일방적으로 수의계약을 하면 선수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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