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침대 하나 깔아달라"…尹 용산 입주전 어디서 머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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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이 6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승인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74년간 이어온 ‘청와대 대통령 시대’의 종료가 현실화된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확실한 이상 결국 시기의 문제이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예비비의 소관 예산은 행정안전부 176억원, 국방부 118억원, 대통령 경호처 66억원 등이다. 윤 당선인이 요청했던 이전 비용 총액 496억원 중 대통령실이 옮겨가기에 앞서 용산 국방부를 비우는데 필요한 비용 등이 우선 승인됐다.

먼저 새 대통령 집무실이 입주할 국방부, 연쇄 이동이 필요한 합동참모본부의 이전 비용은 118억원이다. 이사업체와의 일괄 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당초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던 합참 이전 비용도 포함됐다. 다만 합참과 국방부 지휘부서는 28일 한ㆍ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 본격적인 이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대통령집무실 이전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밖에 필수 안보 시설 구축비용 116억원과, 참모들이 사용하는 일반 사무실 공사비와 전산서비스 구축 비용 101억원, 대통령 관저로 사용될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의 리모델링 비용 25억원이 1차 예비비에 반영됐다.

반면 윤 당선인이 사용할 집무실을 조성하는 비용과 경호처 이전 비용은 빠졌다. 빈 국방부 건물에 새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려면 추가 예비비 사용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엔 일단 국방부를 비우는 비용이 우선 승인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정부는 당선인의 구상에 최대한 협조하며 추후 집무실 구성 비용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총리도 이날 예비비 안건을 처리하며 “안보 공백 없는 순조로운 정부 이양에 협조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집무실 이전은 안보 공백 없이 치밀하고 면밀한 계획하에 진행 돼야 마땅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안보공백과 관련해 양 측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은 2022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지출안(대통령 집무실 이전경비)를 의결했다. 뉴스1

1차 예비비에서 집무실 설치 비용이 일단 제외되면서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 이후 상당기간 용산 집무실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집무실 이전을 위한 실무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당선 이후 (집무실 구성 등에) 소요될 시간이 있어 취임일에 맞춘 집무실 이전은 불가능하고, 이후에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용산 집무실’ 국방부 신청사 층별 활용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당선인측 관계자도 “대통령 집무실 등 주요 시설이 입주할 국방부 1~4층의 경우 한ㆍ미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이전이 어렵다”며 “주요 시설의 경우 이달 28일 훈련 종료 후에야 이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공간 역시 취임을 앞둔 한달여 안에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될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인수위에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3개월가량 윤 당선인이 서초동 자택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임시로 사용하게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 역시 주변에 “인수위 사무실에 침대 하나 깔아주면 여기서 자고 일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점심 일정을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정부 출범일에 용산 집무실에서 업무 시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사 일정을 빨리 진행하면 40일만에 될 수 있을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임시 체제 기간을 최소화할 뜻을 밝혔다. 정부와의 추가 예비비 협의에 대해선 “이번에 의결된 것 외에 추가하겠다고 얘기가 됐고, 현실적 프로세스를 밟아 협조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