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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앗! 버스에 불이 붙었네"…마을버스 화재 진압한 소방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오후 8시 45분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한 6차선 도로. 2차선에 정차한 마을버스 밑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올랐다. 심상치 않은 연기를 발견한 운전기사는 버스를 도로에 세운 뒤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승객들이 차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기는 불꽃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버스 조수석 전조등과 앞 타이어가 불길에 휩싸였다. 갑작스러운 화재에 놀란 버스 기사와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한 도로에 정차된 마을버스의 조수석 전조등과 앞타이어가 불길에 휩싸였다. 화재를 발견한 용인소방서 보정119안전센터 이선도 소방장은 이를 즉시 진압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한 도로에 정차된 마을버스의 조수석 전조등과 앞타이어가 불길에 휩싸였다. 화재를 발견한 용인소방서 보정119안전센터 이선도 소방장은 이를 즉시 진압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정차한 차에서 소화기 들고 나타난 남성

이때 소화기를 든 한 남성이 불을 끄기 시작했다. 이 남자의 정체는 용인소방서 보정119안전센터 소속 이선도(33) 소방장이었다. 이날 휴일이었던 그는 아내와 딸·아들과 함께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가 귀가하던 길에 마을버스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저 버스에 불이 났다”고 상황을 알린 뒤 곧장 트렁크에서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차량용 소형 소화기가 아닌 3.3㎏의 가정용 소화기였다.

불이 차량 밑까지 번지면서 바로 진압하지 않으면 폭발 위험까지 있는 상황. 그는 침착하게 불길과 연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전조등 안쪽과 차량 밑을 중심으로 소화기를 분사했다. 또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는 운전기사와 승객에게 “멀리 피해있으라”고 주문했다.

5분 정도 소화기를 분사하자 불길은 사그라들었다. 이 소방장은 운전기사 등에게 “119에 연락했느냐. 안 했으면 당장 신고하라”고 외쳤다. 우왕좌왕하던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그때야 화재 신고를 했다.

이 소방장“안전조치 협력해 준 시민에 감사”

이 소방장은 2012년 소방에 입문한 10년 차 소방관이다. 화재 진압은 물론 원거리 구조대원으로 활동하는 베테랑이다. 불길을 보자 “빨리 꺼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트렁크에 비치하고 있던 소화기 유효기한(3년)이 가까워져 새로운 소화기를 마련하려고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제때 효율적으로 썼다”며 웃었다.

쉬는 날 불이 붙은 마을버스를 발견하고 화재를 진압한 용인소방서 보정119안내센터 이선도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쉬는 날 불이 붙은 마을버스를 발견하고 화재를 진압한 용인소방서 보정119안내센터 이선도 소방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 소방장은 불을 끈 이후에도 현장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등 안전조치에 나섰다. 재발화나 멈춰선 차량으로 인한 2차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후속 조치를 끝내는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가족들과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소방장이 불을 끄고 현장을 통제할 당시 주변에 있던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연신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 소방장은 “소방관이 불을 끄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현장에 있던 운전기사와 승객 등이 신속하게 대피하고 안전 조치에 협력해 준 덕분에 2차 피해 등을 막을 수 있었다. 요청을 잘 따라준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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