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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너절한 韓시설 들어내"…호텔 해금강 싹 뜯겨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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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현대아산 소유의 시설인 호텔 해금강의 모습. 뉴스1.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현대아산 소유의 시설인 호텔 해금강의 모습. 뉴스1.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현대아산의 소유 숙박시설인 '호텔 해금강'(해상호텔)의 해체 작업을 상당히 진척시킨 동향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6일 전했다. 지난달 6일 철거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철거 움직임이 포착된 지 한 달 만에 호텔의 해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상업위성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가 5일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금강산 장전항에 설치돼 있는 호텔 해금강의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고, 이는 낮은 층수까지 철거가 진행된 정황이라는 게 VOA의 분석이다. 또 호텔의 앞쪽 부두에는 건물 자재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VOA는 지난달 6일 이후 건물이 층별로 해체되는 듯 색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동향이 포착됐으며 대형 크레이든 중장비가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호텔 해금강은 금강산 관광지구에 들어선 남측 최초의 숙박시설이다. 1998년 11월 바닷길을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시작했을 당시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숙박시설로 이용했다. 그러다 현대아산이 2000년 11월 베트남에 있던 중고 해상호텔을 금강산으로 옮겨 호텔 해금강으로 개장한 금강산 관광의 상징물과 같은 시설이다.

하지만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살된 뒤 금강산관광이 중단됐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설이 노후했다. 2019년 10월 금강산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곳을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국은 북한의 최근 호텔 해금강의 해체 움직임을 김 위원장 지시의 후속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 정부나 소유주인 현대아산측과 추가 협의 없이 임의로 시설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그간 호텔 해금강의 해체 움직임과 관련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유관기관 및 사업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면서 "지난주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한 움직임에 대해 우리 측에 설명을 해주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북측의 공식적인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금강산관광 지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방적인 시설 철거는 남북관계 냉각에 따른 불만의 표출이자, 한국의 새 정부와 미국을 향한 압박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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