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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대남 압박 “핵보유국 상대로 선제타격은 객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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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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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사진) 노동당 부부장이 비난전에 나섰다. 한국의 정부 교체기와 북한의 대형 이벤트 등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여정은 3일 담화에서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망솔한 객기를 부렸다”며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담화가 김 위원장의 의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이날 북한군과 군수공업부문을 총괄하는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의 담화도 내놨다.

북한은 담화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남측 군부를 겨냥했다. 김여정은 “나는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며 서 장관을 막말로 칭했다. 김여정이 공개 입장 표명에 나선 건 지난해 9월 25일 이후 190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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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관은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측 군부를 압박하고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맞아 도발에 나서기 전 자기 합리화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4월에는 김일성 주석 110주년 생일(태양절, 4월 15일) 등이 있고,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도 18~28일 실시된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북한이 실제 추가 행동을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된다. 영변 핵시설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서 보이는 동향이 심상치 않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 주장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물론 박정천 비서도 담화에서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당분간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는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의 이날 담화에선 향후 행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김여정은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남·대미 총책으로 알려진 그가 낸 입장인 만큼 말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남북 대결을 심화하기 위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치로는 지난해 복원했던 남북 통신선 재차단,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 및 이에 따른 군사 행동, 금강산 지역 남측 시설 추가 철거 등이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대한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날 두 담화를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박정천 비서는 담화에서 “남조선 군부의 반공화국 대결 광기에 대하여 우리 인민과 군대가 반드시 알아야 하겠기에 나는 이 담화를 공개한다”며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대남 담화를 통해 도발 명분을 쌓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다양한 차원의 대남 공세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 주도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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