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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18억? 한덕수 법률가도 아닌데 의아" 김앤장 고문료 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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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5일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의 ‘김앤장 18억원 고문료’ 논란을 정조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후보자의 김앤장 보수 18억원에 대해 국민은 의아해한다. 법률가가 아닌 전직 고위 관료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국민이 궁금해한다”며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 양심에 맞는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인사청문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박 원내대표는 “TF는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검증) 기준’을 중심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 국민에게 보고 드리겠다. 검증의 룰을 더 촘촘히 짜겠다”고 강조했다.

“고위 법관 출신이나 받을 고액, 구체적 역할 따져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공직을 떠나있던 10년간의 활동에 집중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한 후보자의 마지막 공직은 이명박 정부 시절 주미대사(2009년 2월~2012년 2월)였다. 민주당은 특히 2017년 12월부터 총리 지명 직전까지 4년 4개월간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으로 총 18억원의 보수를 수령한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억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로펌 고문 이력이 문제가 됐던 인사들에 비해서 큰 액수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해군 참모총장 퇴임 10개월 뒤인 2009년 1월부터 대형 법무법인(로펌) 율촌의 고문으로 일하며 2년 6개월간  3억7000만원을 받았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무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화현에서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2020년 9~12월에는 월 1900만원씩, 2021년 1~4월엔 월 2900만원씩 수령했다. 두 사람 모두 야당은 임명을 반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 임명했다.

검사 출신인 송기헌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한 후보자가 김앤장으로부터 연봉 5억원을 받은 셈인데, 그 정도면 고위직 법관 출신들이 받는 수준”이라며 “비법조인이 고문으로서 받은 연봉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액수”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또 “고액 연봉은 단순 예우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 기능과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라며 “기업 등의 소송 전 단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일을 맡았다면 그 자체로 공직자로서 부적격한 이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주로 대기업과 기득권층의 법률 대리를 주 업무로 하는 김앤장에서 거액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과연 공정한 행정을 할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론스타 의혹 재소환...“국민 기억이나 할까” 회의론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일각에선 한 후보자가 과거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최근 김앤장에서 다시 그만큼 고액 연봉을 받은 것과 과거 론스타 사건 개입 의혹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며 “당시 ‘로비’가 실재했고 최근 고액 연봉이 그에 대한 ‘사례비’ 성격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앤장 고문료를 받은 것이라든가 론스타 사건, 저축은행 사태 관련해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 인사검증 TF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사건은 2003년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을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에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이다. 2002년 7월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한 후보자는 그해 12월부터 2003년 7월 사이에도 김앤장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당시 한 후보자가 론스타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지명됐을 때 야당인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내용이다. 그때도 한 후보자는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론스타 사건을 재론하는 것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의원은 “노무현 정부 이전의 이력을 다시 문제 삼은 것은 불필요하다”며 “론스타 의혹을 지금 다시 제기한다 한들, 기억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마주친 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심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자료를 명확하게 사실에 기초해서 잘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하면 청문위원과 여러 언론에 다 검증하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할 텐데 그런 과정에서 하나도 숨김없이 다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단계에서 뭐 하나 가지고 ‘이거 뭐냐’고 하면 전체 프로세스가 진행이 안 될 것 같다”며 “하나도 숨김없이 다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후보자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에쓰오일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받은 보수는 월 666만 7000원이었고 이사회 회의비로는 1회당 2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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