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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조양래 한국타이어 명예회장 한정후견 심판 기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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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타이어가(家) 경영권 분쟁으로 번진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가 기각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 이광우 부장판사는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지난 1일 기각했다.

조 이사장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매각하자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한정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대리권, 동의권, 취소권 등을 갖는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대형병원에 조 명예회장이 입원해 정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4군데가량의 대형병원을 정신감정 촉탁 기관으로 지정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탓에 해당 병원 모두 '감정 진행 불가'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말 정밀 정신감정 없이 기존에 제출된 조 명예회장의 과거 진료기록을 토대로 사건 당사자들이 각자 지정한 전문가의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조 명예회장 측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이사장은 과거 진료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입장에 따라 의견서를 제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심판이 기각되면서 조 명예회장 자녀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조 사장은 조 회장 몫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지분이 42.9%로 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 주주가 됐다.

큰아들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 이사장(0.83%), 조희원씨(10.82%)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조 사장에 미치지 못한다. 조 부회장과 조희원씨는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 참가인으로 사건에 참여했다.

조 명예회장은 경영권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자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조현범 사장을 전부터 최대 주주로 점 찍어 뒀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해 한국앤컴퍼니 측은 "당연한 결과"라며 "명예회장님께서는 건강하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구인인 조 이사장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재판에서 객관적 기관의 의료감정 절차를 건너뛰고 한정후견 기각 결정이 이뤄진 것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당한 판결"이라며 "4명의 자녀 중 3명이 입원 정밀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아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객관적 입장의 제삼자가 회장님(조양래)의 정신건강을 확인해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기 때문에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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