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색이 내가 충남 아들" 尹, 김태흠 출마 직접 권유

4일 오후 윤석열 당선인이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 들어오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새정부 출범 후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뀔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까지도 ‘중량급’ 출마자들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선 모양새다. 윤 당선인 취임 후 3주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권에서 ‘대선 연장전’으로도 불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초기 국정 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4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윤 당선인은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보인 김태흠 의원과 독대하고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전체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에서 이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명색이 내가 ‘충남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충남지사 선거를 져서야 되겠느냐”고 김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라는 점을 들며 선거 기간 내내 ‘충남의 아들’임을 강조했다.

충남 지역은 2010년부터 줄곧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이 지사를 맡아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안희정 전 지사(36·37대), 현 양승조 지사(38대)가 연이어 도정을 운영해왔다. 보수 정당 출신 후보가 3차례 선거에서 연거푸 패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이 충남에서 51.08%를 얻으며 44.96%를 기록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눌렀지만 ‘현역 프리미엄’으로 무장한 현직 양 지사를 상대로 국민의힘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험지에 당내 중량급 인사가 차출돼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도 4일 김 의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지사직 출마를 권유하며 윤 당선인과 발을 맞췄다. 회동 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김 의원에게) 충남지역 중진 의원이고 당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권유했다”며 “(김 의원 역시) 지방선거를 압승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가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당내 중량급 인사들과 만나며 직접 지방선거를 챙기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선거가 윤석열 정부 출범 20여 일 뒤에 실시돼 초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0.73%포인트의 박빙 승부로 끝난 대선 민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이 불리했던 지역에는 윤 당선인이 직접 출마를 권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천관리위원장직도 윤 당선인의 측근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맡고 있다. 정 의장이 공관위원장 자리를 맡은 것에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윤 당선인이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정 부의장과 오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4일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실에서 김태흠 의원과 만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현 원내대표.2022.04.04 김상선 기자

윤 당선인이 지방선거 출마자뿐만 아니라 당내 주요 역할에 대한 구상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명 ‘윤핵관(핵심관계자)’로 불리며 대통령실 국방부 이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경남도지사 출마 대신 입각 등의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있다. 김태흠 의원이 당초 원내대표 출마에서 계획을 바꾸면서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뽑힐 가능성도 커졌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