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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단순 짝퉁논란 아니다” 무신사vs크림이 띄운 ‘검수 커머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무신사가 판매한 '에센셜(Essentials)' 티셔츠 6장이 제조사 피어오브갓으로부터 지난 1일 가품 판정을 받았다. 해당 논란은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이 티셔츠 가품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사진 크림

무신사가 판매한 '에센셜(Essentials)' 티셔츠 6장이 제조사 피어오브갓으로부터 지난 1일 가품 판정을 받았다. 해당 논란은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이 티셔츠 가품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사진 크림

무슨 일이야

패션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네이버 크림-무신사 가품 논쟁에서 크림이 완승을 거뒀다. 무신사가 판매한 미국 유명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 6장이 지난 1일 공식적으로 가품 판정이 나면서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웃돈 얹어 되팔기) 플랫폼으로 급성장한 크림은 올해 1월 “무신사 판매 에센셜은 가품”이라고 문제제기한 바 있다. 무신사는 해당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피해 고객에게 구매액의 200%를 보상하겠다고 1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논란, 단순한 ‘짝퉁 논란’이나 ‘무신사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이게 왜 중요해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의 유입으로 급부상한 리셀 커머스와 명품 커머스가 일제히 시험대에 올랐다. ‘플랫폼이 파는 물건, 정품 맞는지 확인했느냐’는 소비자 질문이 시작된 것. 특히 리셀 커머스가 고가의 각종 한정판 거래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검수 기술력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

● C2C 커머스의 핵심, 검수센터: 검수력이 플랫폼의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과거 컬리·쿠팡이 주도한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의 새벽배송이 물류센터에 기반한 경쟁력이었다면, 개인간거래(C2C)의 중개자를 자처하는 리셀·명품 플랫폼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근거를 주는 검수센터에서 나온다. 미국 대표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는 이베이 등 과거 C2C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했던 검수력으로 기업가치 4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스톡엑스는 11개의 검수센터를 운영한다.

● 리셀의 광폭 행보: 리셀이 단지 스니커즈나 의류만의 문제였다면, 검수 역량이 이토록 중요해지진 않았을 터. 미국의 스톡엑스, 중국의 포이즌, 국내 크림 등 자체 검수 역량을 구축한 리셀 플랫폼들이 다루는 카테고리는 명품, IT기기, 아트굿즈, 자동차 등 ‘한정판’이 있는 모든 곳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특히 짝퉁 판별이 중요한 중국에서 성장한 포이즌은 월 거래액이 1조~2조원에 달한다. 코웬에쿼티리서치에 따르면, 가장 활성화된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만 2030년 30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받은 미국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 사진 스톡엑스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받은 미국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 사진 스톡엑스

국내 플랫폼, 어떻게 검수하나

무신사·크림은 물론 발란·트렌비·머스트잇·캐치패션 등 최근 떠오른 명품 플랫폼들은 “짝퉁 검수에 최선을 다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업체는 수입신고필증·구매 영수증 등 기본 서류 대조 외에도, 개인 판매자 사무실을 기습 방문하기도. 그럼에도 곳곳에 구멍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개인 병행수입업자(판매자)가 서류를 조작하면 걸러낼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외 공식 유통사나 브랜드가 정품 검수에 치밀하지 않을 때도 국내 플랫폼으로선 손 쓸 방법이 없다. 무신사 가품 논란의 경우, 제조사가 인증한 공식 유통처 센스(SSENSE)에서 판매된 티셔츠 2장도 가품으로 판정됐다.

이번 논란 이후 검수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 동시에, 일각에선 '영업비밀'이라며 쉬쉬하던 검수 기술을 플랫폼들이 공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경쟁력은 셀프”: 그간 검수력은 ‘각개전투’로 확보하는 역량이었다. 크림이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1400억원을 투자받았던 이유도 “국내 최대 규모 검수센터”에 있었다. 크림 검수센터는 CT 촬영, UV라이트 검사, 전문가 육안 검사 등을 동원한다. 핵심은 데이터다. 신생 플랫폼이 검수력을 확보하려면 정·가품 판별 데이터 확보가 제1관문이다. 크림이 일본 소다(스니커덩크), 태국 사솜에 적극 지분투자하고 베트남·말레이시아에서도 스니커즈 기반 리셀 플랫폼들에 투자하려는 이유기도 하다. 시장 확대만이 아닌, 세계 각국의 검수 데이터를 흡수하겠다는 전략.

“이제라도 공동전선 만들자”: 그런데 무신사 논란을 계기로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무신사는 최근 플랫폼 공동 검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지식재산보호협회(TIPA)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튜버 프리지아의 짝퉁 논란 등 각종 명품 논란 때마다 등장하는 한국명품감정원조차 사설 업체에 불과한 만큼, 공신력 있는 관세청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 무신사 관계자는 “브랜드조차 100% 정품과 모조품을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공동 전선이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셀 플랫폼 포이즌(Poizon). 2019년 유니콘 기업이 됐다. 사진 포이즌

중국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셀 플랫폼 포이즌(Poizon). 2019년 유니콘 기업이 됐다. 사진 포이즌

검수 커머스, 대안은

정·가품 검수에 필요한 기술 역량을 개발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블록 오디세이나 스페인 어세나 등 명품·의약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기술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대안으론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주목받는다. LVMH는 지난해 4월 NFT 플랫폼 아우라(Aura)를 선보였다. 루이비통, 까르띠에, 프라다, 불가리 등이 이 플랫폼을 활용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상에 품번과 유통 기록 등을 남겨 진품 여부를 가리고,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겠다는 구상. 발란 관계자는 “최근 몽클레어·스톤아일랜드 등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NFT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 기반의 정품 검증은 명품 제조사가 직접 NFT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플랫폼이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샤넬 등 최상위 브랜드의 경우, 정·가품 논란이 일어나는 일 자체가 자사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면이 있어 NFT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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