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개 점검, 미끼매물 잡아낸다…대기업의 중고차 플랫폼 가니

중앙일보

입력 2022.04.03 14:00

업데이트 2022.04.03 14:10

경기도 수원시 평동에 있는 현대글로비스 오토벨 라이브스튜디오. 기아 준대형 세단 K7이 스튜디오 안으로 서서히 입장했다. 방송국 스튜디오와 유사한 원형 공간으로 천장에 전면 조명이 내리쬐고 내벽은 균일한 회색이다. 속칭 ‘사진빨’을 잘 받게 하기 위해서다. 차량이 올라선 공간 바닥은 기계식 주차장처럼 360° 회전한다.

수원시 글로비스 오토벨 중고차 스튜디오 가보니

버튼을 누르니 차량이 우측으로 서서히 회전하고, 스튜디오에 설치한 카메라가 차량 외관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차량이 20° 회전할 때마다 한 장씩 촬영하도록 세팅돼 있다. 카메라와 연결된 노트북은 이렇게 촬영한 사진 중에서 18장을 자동으로 골라 영상을 생성한다. 수동으로 진행하는 차량 실내 촬영까지 포함하면, 중고차 한 대의 모습을 온라인에서 구현하는데 20분쯤 걸린다.

소비자가 판매하고 싶은 차량을 출품하면, 현대글로비스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해 등급을 매기고 어떤 부분을 점검·수리해야 하는지 의견을 적어 차량에 붙여둔다. 문희철 기자

소비자가 판매하고 싶은 차량을 출품하면, 현대글로비스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해 등급을 매기고 어떤 부분을 점검·수리해야 하는지 의견을 적어 차량에 붙여둔다. 문희철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1월 선보인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인 오토벨 스튜디오 현장 모습이다. 글로비스 측은 오토벨 스튜디오 운영을 통해 대기업과 매매업자(딜러)가 이른바 ‘윈윈’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소비자 신뢰를 객관적으로 높이면서다.

중고차 매매 시장은 도매 시장과 소매 시장으로 분류한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고차를 판매하는 매매 시장은 정부가 지난달 17일 개방했지만, 중고차 딜러 등에게 중고차를 파는 도매 시장은 이미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자동차 경매 시장이 대표적이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오토벨)이나 롯데렌탈이 보유한 롯데오토옥션 등은 중고차 매매 업자가 차량을 사고팔기 편리한 공간을 제공한다. 딜러 입장에서 중고차를 손쉽게 사기도 쉽지만, 반대로 매입했던 차를 팔 소비자를 못 찾을 경우 이곳을 통해 차를 되팔기도 용이하다.

김상문 오토벨 시화센터 책임매니저는 “차량을 판매하려는 사람에겐 인공지능(AI)·머신러닝에 기반을 둔 예상 시세 정보나 유리한 매각 시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차량을 사려는 딜러에겐 우리가 직접 출품 차량 상태·성능을 점검해 등급을 매기기 때문에 차량 상태에 부합하는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덕분에 한 번 경매가 열리면 1500~2000여 대가  팔린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매매업자가 차량을 사고팔기 편리한 공간을 제공한다. 딜러가 차량 판매에 실패하면 이곳에서 차를 되팔 수 있다. 문희철 기자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매매업자가 차량을 사고팔기 편리한 공간을 제공한다. 딜러가 차량 판매에 실패하면 이곳에서 차를 되팔 수 있다. 문희철 기자

오토벨 라이브스튜디오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간 자동차 딜러가 온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차를 판매하려면 일일이 중고차 사진으로 촬영해 업로드하고 차량 상태를 검증해야 했다. 매매하는 차량이 많아질수록 번거로운 일이다. 또 이 과정에서 본인이 팔 수 없는 차 사진을 올리는 등 허위매물 문제도 불거졌다.

하지만 딜러가 이곳을 이용하면 허위매물 논란이 벌어질 일이 없다. 방송 스튜디오 수준의 전문 촬영 공간에서 차량 내·외부를 촬영하고 112가지 항목을 점검해 차량 문제를 검증한다. 사고 여부나 차량 골격의 판금·용접·교환 여부 등 중고차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만심 경기모터스 팀장은 “소비자는 중고차의 상태를 제대로 모른 채 딜러에게 차를 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데, 오토벨 라이브스튜디오를 이용할 경우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선보인 서비스가 딜러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배경은 결국 ‘신뢰’다. 그간 국내 중고차매매 시장은 허위매물이 난립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했다.

오토벨 플랫폼을 운영하는 현대글로비스는 허위매물 방지를 위해 매매상사의 사업자등록증·종사원증, 중고차 매매 자격증이 확인된 딜러만 회원으로 받는다. 만약 오토벨 플랫폼에서 허위매물을 팔다가 적발되면 중고차 딜러는 오토벨 회원 자격을 영구 상실한다. 글로비스의 오토벨 플랫폼을 이용해 차량을 판매하는 중고차 딜러라면 대기업이 최소한의 신분 정도는 검증했었다는 의미다.

또 글로비스는 중고차 데이터를 연동·검증해 플랫폼에 등록된 차량의 실매물·판매 여부를 검증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오토벨에 입점한 중고차 딜러라면 허위매물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된다는 뜻이다.

오토벨 차량점검서비스를 담당하는 최상휘 제츠 B2B팀장이 차선이탈경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오토벨은 112가지 차량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현대글로비스]

오토벨 차량점검서비스를 담당하는 최상휘 제츠 B2B팀장이 차선이탈경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오토벨은 112가지 차량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차량을 판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인공지능이 예상한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문희철 기자

현대글로비스는 차량을 판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인공지능이 예상한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문희철 기자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허위·미끼 매물이 난립하면서 중고차 시장은 신뢰를 잃었는데, 완성차 진입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중고차 소비자는 대기업도 외면하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투명한 품질 평가, 가격산정 기준을 정립해 차량의 성능과 가격에 대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질서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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