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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급성백혈병, 항암 치료 완치율 60~80% 넘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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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백혈병은 소아암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암이다. 그중 발생률이 가장 높은 백혈병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이고그 다음이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이다. 우리나라 소아 ALL 발생률은 100만명당 약 28명, AML은 약 11명이다. 백혈병은 혈액암이다. 골수 내 조혈모세포가 적혈구·백혈구·혈소판 같은 다양한 혈액세포를 만드는데, 백혈병은 유전자 변이 등으로 백혈구의 전단계 세포가 암세포의 성격을 가져 과다 증식해 발생한다. 환자의 골수는 백혈병 암세포로 가득해지고 피를 따라 전신으로 갈 수 있다. 반면 골수의 적혈구 및 혈소판 생산은 부족해 환자의 빈혈 및 혈소판 감소를 초래한다.

첫 진단 시 증상도 이런 발생기전을 따라간다. 빈혈로 인해 창백함, 전신쇠약감을 보일 수 있고 지혈 작용을 하는 혈소판 감소로 인해 코피 또는 잇몸 출혈을 호소할 수 있다. 정상적인 백혈구의 감소, 암세포의 증식으로 인해 발열, 골 통증, 간 및 비장 비대로 인한 복부팽만 같은 증상도 볼 수 있다.

발열·복부팽만·잇몸 출혈 증상도

소아 백혈병은 검진을 통해 병의 초기 단계에 미리 진단할 수 있는 암은 아니다. 대개 환아의 부모가 이런 증상이 지속하는 문제로 병원에 방문해 피검사를 통해 진단의 실마리를 잡는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골수검사가 필요한데, 흔히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뼈에 있는 골수를 채취한다. 많은 경우 소아는 전신마취로 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환아에게 시술 중 혹은 이후 통증은 크게 없다. 골수검사 시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체 채취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격을 세밀하게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이런 유전자 변이 여부는 환아의 치료 및 예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백혈병은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 치료 중 항암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소아백혈병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백혈병이 진단되면 수혈 이상으로 권할 수 있는 치료가 없어 결국 혈액암은 불치병이었다. 이후 미국에서 20세기 중반쯤 소아백혈병 환아에게 항암 효능 가능성이 있는 약제로 치료해 일시적으로 병의 관해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암에서 항암 약제의 효능을 확인한 사례다. 그만큼 소아백혈병에서 항암 치료의 역사가 길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진단 후 첫 목표는 관해유도항암 치료를 통해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것이다. 완전관해의 객관적인 정의는 골수 내 암세포가 5% 미만으로 감소한 상태다. 실제로는 암세포가 현미경상 관찰이 안 될 정도로 최대한 제거된 상태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항암 약제 조합으로 관해유도항암 치료를 하고 이런 치료는 약 한 달 소요된다. 항암 치료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환아에게 항암관을 삽입할 수 있다.

진단 시 또는 항암 치료 초기에 다양한 합병증 가능성이 있다. 백혈병 암세포의 침윤으로 인해 가슴 중앙에 있는 흉선이 많이 커져 있으면 기도 또는 심장과 연결된 큰 혈관을 눌러 숨이 찰 수 있고 백혈병 암세포가 척수를 압박하면 하지마비, 대소변을 잘 못 보는 증상을 호소한다. 피에 암세포가 많아 백혈구 수가 너무 높으면 뇌·폐 같은 주요 장기의 출혈이 더 쉽게 발생한다. 반면 초기 항암 치료 후 암세포가 너무 빠르게 사멸되면 몸의 다양한 전해질 불균형이 올 수 있다. 이런 응급상황을 잘 해결하는 것이 진단 후 초기 치료의 중요한 목표다. 이 위기를 잘 벗어나기 위해 간혹 중환자실에서 초기 치료를 시행한다.

급성백혈병 치료 중 또는 치료 종료 후 재발하는 주요 부위로 골수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뇌 및 척수)를 들 수 있다. 중추신경계 재발 예방을 위해선 전신 항암 치료뿐만 아니라 이 부위에 직접 항암제를 전달하는 척수강내항암 치료도 관해유도항암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다. 환아가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척추 사이의 공간에 바늘을 삽입, 뇌척수액을 채취해 암세포 유무를 확인한 뒤 바늘을 통해 항암제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소아 급성백혈병에서 일차 치료로 완전관해에 도달할 확률은 높다(ALL 약 90~95% 이상, AML 약 80% 이상). 완전관해 후 대부분의 환아는항암 치료만 이어서 받지만 일부 예후가 안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아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다. 전체 항암 치료의 강도 및 기간, 또는 환아가 조혈모세포이식까지 필요할지를 결정하는  데 다양한 예후인자를 고려하고 이중 초기 항암 치료에 대한 암세포의 반응, 암세포가 가진 유전자 변이가 중요하다. ALL은 대부분 약 3년의 항암 치료가 필요하고 이중 초반 약 1년 동안은 강도 높은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 이후에는 유지치료로 경구 항암 치료가 주 치료다. 이땐 정상적인 학교생활 등 진단받기 전 생활과 유사하게 돌아갈 수 있다. AML에선 항암 치료만 시행하는 경우 약 6개월 동안의 강도 높은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

소아 급성백혈병은 과거로부터 많은 연구를 통해 환아의 예후를 기반으로 하는 적절한 항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완치율도 많이 향상됐다. ALL의 경우 일차 치료로 재발 없이 완치될 가능성은 평균 80% 이상, AML의 경우는 60% 이상이다. 재발한 경우에는 구제항암 치료 이후 많은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이행한다. 이런 구제항암요법의 종류로 최근 ALL에서는 다양한 면역치료 약제가 개발됐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소아 급성백혈병에서 면역치료 경험을 쌓는 단계다.

면역치료 약제 다양, 노하우 축적

완치 이후에는 치료와 연관된 여러 장기의 합병증에 대해 추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영향받을 수 있는 주요 장기로는 심장, 신장, 호르몬과 연관된 내분비 체계를 들 수 있다. 항암 치료에 추가로 방사선치료 또는 조혈모세포이식치료까지 받았으면 환아가 정상적으로 성장 및 발달하는지, 혈액계 외에 환아 몸의 여러 장기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추적 관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소아 급성백혈병을 포함한 소아암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어렸을 때 암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성인의 비율도 커지고 있다. 이런 성인들이 가족 및 사회에서 개개인 모두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찬 격려가 필요하다.

이재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199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학사 학위 취득 후, 2003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소아청소년과에서 연수했으며, 현재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신경모세포종 등 소아혈액종양 분야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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