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행성 간암, 간동맥 항암주입술 부작용 적고 효과 좋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78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62세 이모 환자는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였으나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지내던 중, 1년 전 진행성 간암을 진단받았다. 이미 주(主)간문맥까지 종양이 깊숙이 침범했고, 간 내 종양의 범위가 넓은 진행성 간암이었다. 다행히 타 장기로의 전이는 없었다. 이씨는 간동맥 항암화학주입술을 받았다. 간동맥 항암주입요법은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해 간동맥을 통해 간암에 직접 고농도 항암제를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6차례 간동맥 항암주입요법 후, 13㎝였던 종양과 문맥 혈관에 침범한 암세포들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폐에 작은 전이성 결절들이 발생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면역항암치료와 표적치료제의 병합치료를 결정,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주사 치료를 시행했다. 8회 면역항암기반 복합치료 후 환자는 폐에 전이된 병변과 간 내 병변이 모두 제거돼 현재까지 새로 발생한 병변 없이 추적 관찰 중이다.

간암 증상 늦게 나타나 진행성 흔해

간세포암은 일차 악성 간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률의 네 번째 주요 원인이며 특히 아시아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간암은 암 사망률 2위의 암으로 주된 원인으로는 만성 B형 간염, 간경변, 알코올성 간질환, 만성 C형 간염 등이 꼽힌다.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높지만 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행성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간암의 병기 역시 1~4기로 나눈다. 암세포의 크기, 개수, 혈관 침범, 림프절, 다른 장기로의 전이 등을 종합한 진행 정도가 병기를 나누는 기준이다. 간암의 종양 표지자로 ‘알파태아단백’이 알려져 있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대개 간암의 악성도가 높다. 진행성 간암을 치료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간문맥 침범’이 있다. 간암으로 인한 간문맥 침범은 종양을 주변으로 확산시키거나 간 기능을 떨어뜨려 황달·복수 등 치명적인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간문맥 침범이 있는 간암 환자는 간 기능이 저하돼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해 사망률이 높다.

다양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진행성 간암의 생존율은 매우 낮다. 특히 진행성 간암은 항암, 방사선 및 표적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흔해 예후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주로 쓰이고 있는 표준 치료법으로는 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과 렌바티닙 두 가지다. 서양과 아시아에서 시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소라페닙은 진행성 간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보여 13년간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표적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렌바티닙은 소라페닙과 비교한 임상 연구에서 동등한 효능을 보여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표적치료제가 지속해서 투여되면서 서서히 종양이 진행해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표적치료제는 비용이 고가이며 투약 후 손과 발에 각질이 생기면서 벗겨지는 수족 피부 부작용, 소양증, 발진 등 피부 부작용이 20~40%, 설사와 같은 소화기 장애가 10% 정도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약제 내성이 생기고 투여하더라도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는 환자도 많다.

진행성 간암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가 간암에서도 효능을 보인다. 하지만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 치료도 단일요법으로는 반응률이 15%가량에 머무르고 있는데, 최근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아테졸리주맙)와 표적치료제(베바시주맙)의 병합요법이 반응률을 약 3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항암화학주입술 반응률 40% 달해

간동맥 항암화학주입술(HAIC)은 대퇴동맥에 항암 주입 포트를 삽입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포트를 통해 간동맥에 직접 주입해 간암에 고용량의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면 전신 부작용이 적게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주로 침윤성이면서 간문맥 침범을 동반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 적용하고 있으며, 경동맥화학색전술에 반응이 없는 환자도 고려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5-플루오로우라실(5-fluorouracil)’과 ‘시스플라틴(cisplatin)’이다. 간동맥 항암화학주입술 또한 최근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진행성 간암에서 약 40%에 이르는 반응률을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환자처럼 간암을 처음 진단받을 때 3분의 1 이상의 환자들은 간암이 간 문맥을 침범하거나 간 외 전이가 이미 발생한 진행성 간암 상태에서 진단받는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크고 다발성 간암으로 발견된 3기 이상의 진행성 간암의 5년 생존율은 약 20% 정도지만, 크기가 작고 한 개로 발견된 2기 이내의 5년 생존율은 약 55% 정도다. 최근 간암의 치료 성적이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통증, 식욕부진, 복수 등의 증상이 생긴 후 병원을 찾아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행성 간암도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고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믿고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 기간 연장과 더불어 완치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오히려 전문의 진료를 거부하고 민간요법이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매달리면 간 기능이 나빠져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성필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07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부터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간암, 간경변, 간염을 전문으로 한다. 성 교수는 면역학 전공을 살려, 과기부 및 교육부의 지원을 통해 진행성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및 표적치료제의 치료 반응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기초 및 임상연구 결과를 다수의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성 교수는 진행성 간암의 치료를 위해 ‘다학제 접근법’을 활용,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와 의견을 나누며 복합 치료를 시행해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