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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풍토병" vs "다시 팬데믹" WHO가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유행 곡선이 완만한 고원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점을 지나고 나서도 30만명대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면서다. 위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유행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중증도가 향후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감소세에도 30만명대, '고원형' 유행 지속 #WHO "코로나 중증도 떨어질 것" #WSJ "한국, 엔데믹 전환 첫 국가될 것"

31일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32만743명 나와 전날(42만4641명)보다 10만3898명 줄었다. 1주 전(24일 39만5532명)보다는 7만4789명, 2주 전(17일 62만1188명)보다는 30만445명 감소한 것이다. 요일별 편차가 큰 만큼 주 평균으로 봐야 전반적 추세선을 파악할 수 있는데, 최근 1주간(25~31일) 평균 확진자는 32만4750명 정도로 이전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전문가들은 향후 유행이 정점을 찍고 쭉 내려오는 게 아니라 파미르 고원처럼 상당 기간 비슷한 규모의 확진자 발생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었는데, 한동안 이처럼 뚜렷한 감소세 없이 유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0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김성태 기자

30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김성태 기자

좀처럼 확진자 수가 내려오지 않는 건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와중에 스텔스 오미크론이 맞물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차례 오미크론발 유행을 겪은 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최근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유행 추이가 긴 꼬리 형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본격적인 감소세는 4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연구기관들의 예측치를 보면 4월 6일까지 확진자 규모가 30만명 미만으로, 20일께쯤 20만명 밑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8일 브리핑에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유행의 정점이 지나고 2~3주 있다가 다시 재반등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영향에 대해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이날 “여전히 변동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스트리아, 독일처럼 유행이 다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며 “4월은 아직 봄이 오는 때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23일 오후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23일 오후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오미크론 후속 변이에 대한 전망이 오고 가는 가운데, WHO는 전날(30일) 향후 코로나19 유행 전망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가장 유력한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지만, 접종과 감염으로 인해 면역력이 높아짐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병의 중증도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면역력이 갈수록 약해져 환자와 사망자가 주기적으로 급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며, 취약층에 대한 주기적인 추가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독감과 같은 풍토병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로는 덜 심각한 변이가 출현해 추가 접종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했다. 독성과 전염성이 모두 높은 치명적인 변이가 나타나면서 이전의 접종, 감염으로 인한 보호가 급격히 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염두에 두어야 할 잠재적 시나리오로, 변이가 결합하는 식의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경우 팬데믹이 리셋(reset)되며 세계가 또다시 취약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서울발 기사에서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첫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한국의 경우 미국, 영국의 정점 때보다 3배 많은 인구 대비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확산 통제 조치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적 치명률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항바이러스제가 보급됐고 최초의 국산 백신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당국이 전략을 수정하는 데 자신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높은 접종률과 안정적인 의료체계 등을 근거로 범유행(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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