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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없어서 못판다, 이런 광경 처음"…대한민국 덮친 참담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후 충남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9일 오후 충남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요.” 

30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상주 유모(60)씨는 이렇게 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 27일 아버지를 이곳에 ‘가까스로’ 모신 유씨는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한다.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서다. 빈소 앞 전광판에는 ‘(발인) 시간 미정’이라는 안내가 떠 있었다. 유씨는 “요샌 3일장이 아니라 6~7일장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는 화장장·장례식장이 있어야 장례 일정이 결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례업계 호황…밤늦게 발인식도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 주차장이 장례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 주차장이 장례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장례 업계에 때아닌 호황이 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사망자 수는 2만96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7명(9.0%)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가 예년보다 늘었고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10% 이상 더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23~29일) 동안에는 2424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과거보다 늘어난 사망자가 ‘화장장 대란’을 불러왔고, 시신을 안치실에 놓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안치실·장례식장 ‘대란’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됐다는 게 관련 업계 시각이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아산병원(20실)·연세대세브란스병원(17실)·서울성모병원(17실)·삼성서울병원(14실)·서울대병원(14실) 등 서울 대형병원 장례식장 5곳(82실) 가운데 비어있는 빈소는 딱 1실(서울아산병원)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안치실이 없어 시신을 모실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장례식장 관계자들은 “안치실·장례식장 문의 전화가 계속 들어온다”라거나 “버틸 수 있는 안치 냉장고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 장례식장 측은 “안치실이 부족해 대기를 받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장례지도사 A씨는 “경기도에 사는 유족이 강원도에서 장례를 치르는 등 ‘원정 장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화장로 1기당 7회씩을 돌리게 되면서 숨통이 트인 지역도 있으나 사망자가 많은 서울 등은 아직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화장로를 저녁 시간까지 가동하게 되면서 보통 이른 아침에 하던 발인식을 밤늦게 치르는 ‘신(新) 풍속도’도 그려지고 있다고 한다.

화장 수요 증가에 따라 필요 인력도 자연스레 늘었다. 전국 화장장 예약 시스템인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는 이날 “최근 화장수요 급증에 따른 전국 화장시설의 필요한 자원인력 모집을 안내한다”는 채용 공고문이 올라와 있다.

관·국화 등은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

27일 서울시내 한 장례용품점에 오동나무 관이 놓여져 있다. 뉴스1

27일 서울시내 한 장례용품점에 오동나무 관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장례 수요가 폭증하면서 장례 관련 물품 업계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10년 넘게 매장용·화장용 관 등을 판매해온 업자 B씨는 “관이 잘 팔리는 물건은 아니질 않나. 최근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인데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확 늘어난 뒤 관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게 B씨 말이다.

요새 근조 화환을 당일 받아보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2시간 내 전국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는 근조 화환 업체 2곳은 “전국적으로 국화가 없어 오늘 배송은 힘들다”고 안내했다. 근조 화환을 최근 주문한 적 있는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여러 업체에 전화를 돌려 겨우 주문했는데, 그마저도 6시간 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장례 대란’에 대응할 관련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을 임시 안치실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폐원을 앞두고 방치된 해당 시설을 정비해 안치실(30구 규모)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사망자 증가 추이에 따라 40구를 안치할 수 있는 안치실 3개(총 120구)를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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