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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철강은 대체 불가 소재, 탄소중립 기술 인력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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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학부장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학부장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생태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민족마다 다른 역사를 경험하게 된 주된 원인으로 총, 균, 쇠를 꼽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총과 균의 절대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쇠(철강)에 대해서도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국내 철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실제로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약 17%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철강을 다른 소재로 대체한다면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세계철강협회 자동차 분과위원회인 월드오토스틸에 따르면 같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할 때 소재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알루미늄이 일반 철강의 3.3배, 탄소섬유가 4.3배이다. 초고강도강을 기준으로 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져서 각각 4.3배와 5.6배에 이른다. 철강은 건설, 자동차, 조선, 기계 분야의 핵심 소재로 대체 불가 소재다. 게다가 철강의 재활용률은 90%로 재활용할 수 없는 탄소섬유에 비해 놀랍도록 친환경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수한 경쟁력을 가진 철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 바로 한국형 수소환원 제철 기술개발이다. 한국 고유 기술인 파이넥스 유동환원과 친환경 전기로를 결합한 기술로, 스웨덴의 수소환원 제철 기술인 하이브리트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세계 각국은 모두 철강 생산량은 줄이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키기 위한 탄소중립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누가 먼저 이 기술을 완성할 것인가에 따라 각국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탄소중립 기술개발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인력양성에 있다. 최근 독일은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소환원 제철 관련 인력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수도권과 지역의 거점대학들이 협력하여 철강금속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5년은 철강금속산업의 고부가화에 이바지할 인력양성을 통해 국내 철강금속산업의 경쟁력 확보 기반을 구축했다면, 앞으로 5년은 탄소중립기술 개발을 선도할 전문인력 양성에 매진할 때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지원에 소홀함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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