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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바이오·헬스 한류 이끌 한국형 ARPA-H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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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선경 고려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선경 고려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최근 미국은 보건고등연구계획국(ARPA-H)를 설립했다. 이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혁신적인 연구개발(R&D) 지원방식을 바이오·헬스 연구개발에 접목해 보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취임 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독립적인 ARPA-H를 설립하고 올해 예산 65억 달러를 의회에 요구했다.

DARPA 사업은 과거 소련과의 인공위성 경쟁에서 패배했던 ‘스푸트니크 쇼크’로 출발했다. ‘과학기술 중심의 임무 지향적 연구개발’이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기초연구에 대해 투자를 하는 게 골자다. 도전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 국가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민간에 전달해서 활용하는 스핀오프 전략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결과물로는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 화상회의, 구글 지도, 시리, 클라우드, GPS 등이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m-RNA 백신 개발도 DARPA가 2013년 직원 3명의 모더나 회사를 지원하면서 출발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ARPA-H 사업의 대상은 감염병을 비롯한 암, 알츠하이머 등의 주요 질병 극복을 위한 혁신이다. 특히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혁신프로젝트에 집중하고, 혁신의 결과물이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도 미국의 ARPA-H 사업을 벤치마킹하여 바이오·헬스 패권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ARPA-H 사업이 필요한가. 그렇다. 왜냐하면 바이오·헬스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임에도 연구개발 투자 대비 산업화 성과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코로나19라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변변한 백신이나 치료제 하나 개발해 내지 못하고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했던 점에서도 드러난다. 분산된 정부 부처 자원과 연구자 역량을 결집해 혁신의 성과를 모든 국민이 체감하고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 의학을 위해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를 제안한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보건 안보 및 공중보건 강화를 위해 ARPA-H를 제안한 바이든 대통령만 부러워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도 한국형 ARPA-H로 바이오·헬스 한류 시대를 이끌어내는 대통령이 탄생하길 희망한다.

선경 고려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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