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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까지 같은 반려견 얘기만 20분…文·尹 분위기는 좋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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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청와대에서 키우는 풍산개는 어떻게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반려견은 키우던 사람이 계속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대통령님이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선 이후 19일 만인 2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마주 앉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아 키우고 있는 풍산개의 인수인계 방안을 먼저 물었다. 이에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데려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러고 싶긴 한데, (풍산개는) 청와대 소유”라며 “당선인이 해외 정상간 대화에서 풍산개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풍산개를 위탁 형식으로 사저에 데려가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두 사람은 회동에서 자신들의 반려견, 반려묘 이야기를 20분가량 이어갔다고 한다. 공교롭게 두 사람이 각자 키우는 반려견 이름은 ‘토리’로 똑같다. 윤 당선인은 대구고검에 근무할 당시 “토리가 보고 싶어서 주말마다 서울에 얼른 올라왔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 역시 “해외 순방 뒤 공관으로 귀가하기 전 무조건 반려견부터 보러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만찬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그간 증폭돼온 신ㆍ구 권력간 충돌 양상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文 ‘협조’ 메시지로 이전 계획 40일 단축”

전날 회동에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 추경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문제 등의 현안과 관련해 양측은 큰 틀에서 접점을 찾았다고 한다.

특히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정확한 이전 계획’이란 단서를 달아 조건부 협조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협조’ 발언에 방점을 찍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진 국방부 등의 실사 준비를 하려고 해도 현직 대통령이 도와주라는 말을 안 했으니까 공무원들도 굉장히 난감했다”며 “그런데 어제 문 대통령이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사 뒤에 계획을 짜면 예산도 정확히 낼 수 있다”며 “취임 다음 날인 5월 11일부터 계획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 40일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집무실 이전 작업의 경우 1층은 어디가, 2층은 어디가 들어가는 등의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전계획에 따른 예산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하면 (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인사·추경 실무협의…갈등 불씨

장제원 비서실장이 29일 오전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외부 일정 참석차 나서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장제원 비서실장이 29일 오전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외부 일정 참석차 나서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추경 및 공공기관 인사 문제는 양측이 실무협상을 이어가기로 결정해 양측간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의 경우 기본적으로 여야 모두가 찬성하기 때문에 규모와 시기에 대한 추가 협의만 있으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인수위 측이 언급한 세출 구조조정 및 세계 잉여금만으론 5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 추경 축소 편성 가능성도 언급된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어느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는지 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장제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간 실무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공공기관 인사 문제도 뇌관으로 꼽힌다. 앞서 양측은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감사위원 후임 인사 등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며 격하게 대립했다.

이와 관련해 장 비서실장은 “(추경은) 어려운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탄탄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게 기준이다. (인수위와 청와대가) 실무적 논의를 할 것”이라며 “(이철희 수석과) 곧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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