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애인 단체 지하철 시위 중단…해법 도출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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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이동권 예산 확보'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이동권 예산 확보'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의 “비문명적”은 부당한 갈라치기

여야 함께 장애인 이동권 보장 힘 모아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근래 사흘에 하루꼴로 지하철 승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한 걸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량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비난하면서 갈등이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갈등은 현대 민주주의의 엔진이다. 쟁점을 이슈화해 결과적으로 해법 도출을 지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적정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장차 여당 대표로서 국정관리의 한 축을 맡을 수 있을지 다시 의문이 들게 한다.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결국 불편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4호선 노원·도봉·강북·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은평·서대문 등의 서민 주거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까지 남성·여성을 갈라치더니 이제 장애인·비장애인, 특정 지역 서민으로 갈라쳤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란 사회적 연대의 문제마저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과연 통합·포용이란 가치는 이 대표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시각장애인인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 대표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장연의 문제 제기는 타당했다.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 역사에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한 데 이어 2015년 박원순 시장은 “2022년에는 모든 지하철 승강장까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전장연의 시위 개시 후 서울시가 2024년까지 설치율을 93%에서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으니 성과도 있었다. 다만 전장연의 방법론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피해가 작지 않아서다. 전장연은 수분간의 불편이라고 했지만, 실제 수십 분 지연됐다는 보고도 있다. 현장에서 동료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다행히 전장연이 오늘부터 출근길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던데 적절한 조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갈등을 계기로 장애인의 권리 보장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과의 회동에서도 언급됐듯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고, 그사이 보수·진보 정부가 번갈아 집권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특정 정권 차원이 아닌, 여야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며 여야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란 의미다. 이동권만이 아닌 장애인 복지예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해법을 도출할 수 있게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장애인을 감싸고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