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이 가장 먼저 따낸 '별'...'1호인사' 김용현 45년전 교련복 추억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반갑다, 얘기 많이 들었다.”

2013년 3월 6일 북한이 정정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하자 김용현 당시 합참 작전부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스1

2013년 3월 6일 북한이 정정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하자 김용현 당시 합참 작전부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스1

1977년 교련복 차림에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고등학생 2명이 얼굴을 맞대고 첫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선배 남학생이 이같이 말하며 먼저 악수를 청하자, 후배 남학생이 선배의 손을 잡았다.

먼저 손을 내민 이가 지금의 김용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다. 선배의 악수를 받은 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의 1년 선배인 김 전 본부장은 당시 서울 충암고등학교 3학년 학도호국단장이었다. 학도호국단은 1975년 정부가 ‘학원의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한다’며 학생회 대신 만든 조직이었다. 학도호국단장은 학생회장과 비슷한 자리였다.

김 전 본부장은 나중에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는 2학년 후배가 있다는 소문이 나 호기심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윤 당선인을 불렀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이 이듬해인 78년 육군사관학교(육사 38기)로 입교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동문회를 통해 서로의 연락처를 알게 된 윤 당선인과 김 전 본부장이 전화로 근황을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사이로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본부 국방안보담당이었던 김용현 전 합참작전본부장이 지난 2월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본부 국방안보담당이었던 김용현 전 합참작전본부장이 지난 2월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40년 만에 얼굴을 본 것은 김 전 본부장이 전역을 한 2017년이었다. 김 전 본부장의 지인은 “김 전 본부장은 손아랫사람에게도 말을 잘 놓지 않는다”며 “학교 1년 후배지만, 윤 당선인에게 꼬박 존댓말을 썼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2020년 더욱 관계가 깊어졌다.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과 대립하면서다. 직무정지로 야인생활을 하던 윤 당선인이 편하게 술 한잔하자며 김 전 본부장을 불렀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부탁했고, 김 전 본부장이 사회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캠프에 제일 먼저 합류한 ‘1호 멤버’가 김 전 본부장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당시 김 전 본부장이 ‘캠프를 맡아달라’는 윤 당선인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며 “그러면서 ‘당신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충암고 동문 ▶서울대 동문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들을 중심으로 캠프를 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의 권유에 김 전 본부장은 결국 캠프의 국방 공약을 챙기기로 했다. 이후 캠프에 ‘국민과 함께 하는 국방포럼’이 만들어졌다. 국방포럼은 예비역 장성 위주가 아니라 병장 전역자부터 별 출신까지 다양한 인사로 채워 군심(軍心)을 잡으려 했다.

군에서 작전통으로 경력을 쌓은 김 전 본부장은 선이 굵은 인상 때문에 대북(對北) 규탄 성명 전담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북한이 도발을 규탄하는 합동참모본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할 때다. 합참 작전본부의 장성급 가운데 가장 무인 인상인 그가 낙점을 받곤 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은 외모와는 달리 후배들 사이에선 정 많은 선배로 알려져 있다. 우연히 아는 후배를 만났는데 일 때문에 시간을 비울 수 없으면 지갑을 통째로 내주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김 전 본부장의 군 후배는 “야전 부대에선 매일 지휘관실 야전침대에서 잠자는 일벌레였지만, 후배에겐 절대로 무리한 지시를 안 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오른쪽)이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열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오른쪽)이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열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제1경비단장(대령)과 수도방위사령관(중장) 등 대통령 경호에 관한 경력이 많다. 특히 경비단장 시절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주거 환경이 나빠졌다며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부대 이전을 요구했다.

김 전 본부장은 경비단장 취임식이 끝난 뒤 반대파 주민들을 바로 만나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 휑한 아파트 옹벽에 벽화를 그리고, 눈이 내리면 작전도로로도 쓰이는 아파트 진입로의 제설작업을 챙겼다. 김 전 본부장의 민원 해결은 모범 사례로 꼽혀 군 내부 교육자료로도 활용됐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이런 사정까지 감안해 김 전 본부장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를 챙길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을 맡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이 청와대 경호처장에 유력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 소식통은 “김 전 본부장이 윤 당선인의 국방 공약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만큼 앞으로도 계속 국방장관 후보군에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 자리를 건너뛰더라도 나중에 후임 장관 인사에선 김 전 본부장이 계속 거론될 것 같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