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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500명 처방…코로나 약 '라게브리오' 의외의 인기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에서 두 번째로 승인받은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가 처방 시작 이틀만에 500명에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팍스로비드와 달리 초기 처방이 활발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는 낮지만 병용 금기 약물 등에 있어서 팍스로비드처럼 까다롭지 않은 데다 초기부터 처방 대상, 취급 약국을 폭넓게 한 영향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90% 이상 재택치료자에 투여 #"아직 부작용 신고 없어"

28일 질병관리청은 “26일부터 29일까지 라게브리오 1만9000명분을 감염병전담요양병원, 치료제 거점병원, 담당 약국 등에 공급했다”며 “3월 말부터 본격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국에 공급된 라게브리오. 뉴스1

약국에 공급된 라게브리오. 뉴스1

초도 물량 2만명분으로 일단 처방을 시작한 건데 질병청에 따르면 26~27일 이틀간 총 496명이 이 약을 먹었다. 재택치료자가 463명 복용해 가장 많았고, 생활치료센터에서 11명, 감염병전문병원에서 22명에 투약했다. 아직 특별한 부작용은 신고되지 않았다.

지난 1월 팍스로비드 처방이 시작됐을 때와 다른 인기다. 당시엔 처방 첫날 9명이 이 약을 투약했고 3일간 실적도 50명에 못 미쳤다. 정부가 하루 1000명가량 투약이 가능하다며 수요 급증을 우려했지만, 초기 투약 대상과 기관 등을 제한한 탓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후 당국이 대상 연령을 40대 기저질환자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처방 기관을 노인요양시설, 요양병원, 감염병전담병원, 호흡기클리닉 등으로 넓히면서 처방이 늘기 시작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등에서 팍스로비드 때의 학습 효과가 돼 있는 데다가, 처음부터 팍스로비드와 처방 대상과 기관을 동일하게 하는 등 처방 범위를 확대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간·신장 질환이 심한 환자는 복용할 수 없고 통풍·협심증 치료제 등 28가지 의약품을 함께 쓰면 안 되는 팍스로비드와 달리 특별한 금기가 없는 점도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처방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3월 말~4월 국내 도입일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3월 말~4월 국내 도입일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아직 일선 약국 등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선 방대본 관계자는 “전국에 일시 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추가로 도입된 8만명분도 29일부터 수요에 따라 공급된다”고 말했다. 당국이 현재까지 확보한 라게브리오 물량은 24만2000명분으로, 10만명분이 이달 먼저 공급되는 것이다.

라게브리오는 리보핵산(RNA) 유사체로,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복제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앤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RNA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RNA 유사체인 라게브리오가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제 기능을 못 해 사멸하게 된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와 같은 알약 형태로,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하루에 4정씩 2회, 닷새 동안 총 40정을 복용해야 한다.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30% 수준으로 팍스로비드(88%)에 비해 치료 효과는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가 병용 금기 약물이 많아 투약이 제한적인 만큼 보완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팍스로비드를 우선 처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병용 금기 약물 복용 등으로 투약이 제한되거나 다른 치료제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 처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팍스로비드 20만명을 추가 구매해 총 96만2000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12만7000명에 처방해 8만명분 가량 남아있고 4월까지 추가로 36만명분 가량이 들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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