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전미도 울린 '침묵의 병'…여기 색깔 보면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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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주연 수목 드라마 '서른, 아홉'. [사진 JTBC]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주연 수목 드라마 '서른, 아홉'. [사진 JTBC]

“항암치료 안할래요. 못 들었어? (생존률이) 0.8%라잖아. 누가 장담해 내가 0.8인지 아닌지”

최근 방영중인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주인공 찬영(배우 전미도)은 삼십대의 끝자락에 췌장암 4기 판정을 받는다. 암 판정과 동시에 6개월 시한부가 된 찬영은 끝내 항암치료를 거부한다. 찬영처럼 췌장암은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5분의 1 정도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하지만, 췌장암 환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췌장암의 낮은 생존율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췌장암의 원인, 증상부터 치료법까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류지곤 교수의 도움말로 정리했다.

췌장암의 발생 원인은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악성 종양성 질환이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발생 원인은 특정하기 어렵다. 노화, 흡연 경력, 만성 췌장염 등이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췌장암은 유전자나 가족력에 따라 발병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집안에 췌장암 환자가 2명만 돼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러한 사례는 의학적으로 ‘가족성 췌장암’이라 불린다.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낮은 이유는
첫째,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복통 등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둘째, 수술이 까다롭다. 췌장암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수술이지만, 진단 시점에서 수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낮다. 3기는 암세포가 췌장 주변의 동맥까지 침범한 상태고, 4기는 암세포가 간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상태라 수술이 어렵다. 셋째, 재발 가능성이 높다. 다른 암은 1기에 발견하여 수술하면 생존율이 95~100% 정도고 항암치료도 필요치 않다. 반면 췌장암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30%로 낮다. 수술 후 항암치료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췌장암의 주요 증상은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황달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췌장 질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기능 및 소화효소를 분비하여 지방 분해를 돕는 외분비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췌장이 손상되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에 걸리거나, 지방 소화가 어려워져 기름진 변을 볼 수 있다.
췌장암의 조기 발견 방법은
식욕 부진, 체중감소, 황달은 췌장암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이다. 그중 황달은 눈의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착색되는 증상으로, 십이지장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이 딱딱해진 췌장으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고 혈중에 고여서 발생한다. 황달은 비교적 조기에 나타나므로, 황달이 생겼을 때 발견된 췌장암은 수술 가능성이 높다. 췌장암이 의심되어 병원에 내원하면 1차적으로 CT 촬영이 권고된다. 만일 나이ㆍ가족력ㆍ흡연ㆍ당뇨병 등 위험인자 여부를 고려할 때 췌장암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판단되면 복부 초음파를 진행하기도 한다. CT 결과로 췌장암 여부가 불확실할 경우, 추가적으로 MRI 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부분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 항암치료는 어떻게
췌장암 치료법은 사용하는 약제의 종류에 따라 3제 요법(5-fu 외 2개의 약제 사용)과 2제 요법(젬시타빈, 아브락산 약제 사용)으로 구분한다. 3제 요법은 한 달에 두 번 2박 3일간 입원하며 항암제를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반면 2제 요법은 투약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투약이 이루어진다. 약물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면 다른 치료법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항암제는 세포독성 약물이어서 간혹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췌장암의 경우 항암제 장기 투약 시 신장ㆍ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손ㆍ발끝이 저리고 아프거나, 평소 자연스러웠던 걷기ㆍ수저 사용 등에 불편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췌장암 항암치료 성적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 5년간 항암제의 발전으로 치료 실적이 개선됐다. 췌장암 4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6개월에서 12~14개월까지 증가했고, 수술이 어려운 환자가 항암치료를 통해 수술이 가능할 만큼 호전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특정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사람이 ‘3제 요법’에서 치료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환자 100여 명의 유전자 분석 결과, ERCC6 유전자 유무에 따라 3제 요법의 치료효과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효과적인 항암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류 교수는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췌장암은 식욕부진을 유발하는데, 여기에 항암치료까지 더해지면 입맛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식사를 거르면 체력이 낮아져 항암제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이에 환자에게 식욕 촉진제를 처방할 만큼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탄수화물ㆍ지방질을 피하고 단백질 위주로 먹어야 하며,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 영양제를 맞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평소 췌장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음주와 흡연을 절제해야 한다. 이들은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췌장염의 발병 확률을 높인다. 비만도 췌장에 좋지 않으므로 과다한 지방 섭취를 피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표준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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