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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는 면했지만 민폐! 셀트리온은 뭘 잘못했을까[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셀트리온 3형제에 투자한 주주들은 최근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겁니다. 앤츠랩도 148호 레터에서 다룬 적 있는데요. ([앤츠랩]'분식회계 의혹' 곧 결판난다, 셀트리온그룹)

'셀트리온 분식회계 논란'은 결국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상당히 중요한 부분에서 과실을 범했다' 정도로 결론 났습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었노라." 셔터스톡

"일부러 그런 거 아니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었노라." 셔터스톡

이건 당연히 회계 처리를 똑바로 했다는 의미가 아니죠. 그런데도 주주들이 안도한 건, 만약 고의 분식으로 결정났다면 임직원 검찰 고발 등의 조치로 상장폐지 여부 심사를 받게 돼 주식 거래가 정지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로 셀트리온 3사가 낼 과징금은 130억원. 증선위 결정이 셀트리온 3사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실 겁니다. 사태가 마무리된 만큼 이번 기회에 애프터서비스(AS) 할게요.

먼저 증선위가 '중대한 과실'이라 지적한 주요 사항부터 몇가지 살펴봅시다.

①개발비 과대 계상

증선위가 중대한 과실 중 하나로 지적한 건 셀트리온이 개발비 자산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겁니다.

셀트리온 창고에는 다양한 의약품이 저장돼 있죠. 이걸 의약품 개발에 활용하면, '개발비 자산'이란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비는 자산일까, 비용일까? 셔터스톡

연구개발비는 자산일까, 비용일까? 셔터스톡

기업의 연구비와 개발비는 연구 단계에선 단순 비용 처리를 하고, 상품화가 임박한 개발 단계에 오면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자산으로 인식하면 개발비 전액을 비용으로 잡지 않고 마치 기계장치처럼 기간을 정해 조금씩 감가상각비만 반영하면 되죠. 만약 비용 처리해야 할 걸 자산으로 처리하면 이익이 부풀려지는 건 당연.

비용 처리할 것을 자산으로 인식하면 이익이 부풀려진다. 셔터스톡

비용 처리할 것을 자산으로 인식하면 이익이 부풀려진다. 셔터스톡

문제는 셀트리온은 이 창고에 있던 재고 의약품을 본업인 신약 개발에 쓴 게 아니었습니다. 물류비를 줄이기 위한 운송 프로세스 개선에 썼는데도, 이 비용을 '개발비 자산'으로 처리한거죠.

셀트리온 송도 공장에서 생산한 약품은 비행기를 타고 유럽 시장으로 판매되는데, 까다로운 의약품 보관 절차를 잘 지키면서도 운송비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재고 약품을 운송해보면서 연구했던 겁니다.

증선위는 이런 식으로 쓴 재고 약품 가치는 신약 개발 목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자산이 아니라 단순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잘못 부풀려진 개발비 자산은 2020년 기준 258억원입니다.

②재고자산평가손실 미계상

이 부분은 증선위 결정 전부터 고의 분식 혐의로 가장 널리 알려진 쟁점이었습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이하 헬스케어)에 의약품을 팔고, 이들 자회사들은 매입한 의약품을 창고에 재고자산으로 보관하는데요. 만약 보관 중인 의약품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시장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해야 한다는 쟁점이었죠.

셀트리온 사업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셀트리온 사업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결론은 헬스케어는 문제가 없고 셀트리온제약만 문제가 있었다는 걸로 정리. 유럽 시장 판매를 담당하는 헬스케어는 유럽 식약 당국의 의약품 유효기간 평가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관리했지만, 국내 판매를 담당한 셀트리온제약은 그러지 못했다는 겁니다.

약품 재고 규모는 헬스케어가 훨씬 큽니다. 헬스케어의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건, 셀트리온 3형제가 '고의 분식'을 피한 결정타가 됐습니다. 왜냐면 헬스케어가 상장 심사를 통과하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의혹이 해소된거죠.

③사후정산 관련 매출·매출채권 과대계상

헬스케어는 약품을 해외에 판매할 때, 직접 팔기도 하지만 다른 대형 유통회사에 외주를 주기도 합니다. 유통회사들은 팔아야 할 약품을 가져가 창고에 1~2년 가량 보관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때 의약품 시장 가격이 확 떨어지면 유통사들이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되죠.

헬스케어는 유통사들이 이런 손해를 보지 않도록 사후 정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가령 헬스케어가 유통사에 넘긴 약품의 시장 가격이 100원이었고, 유통사는 이걸 팔아 20원의 마진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합시다. 이 가격이 90원으로 떨어져 유통사가 마진을 10원 밖에 못 먹는 상황이 생기면, 헬스케어가 하락 분을 메워주겠다고 한 겁니다.

"마진은 내가 사후에 보장해줄께" "OK. 딜" 셔터스톡

"마진은 내가 사후에 보장해줄께" "OK. 딜" 셔터스톡

시장 가격이 하락할 땐 이런 금액은 헬스케어가 갚아야 할 돈이니 '부채'가 되는데, 2016년까지 이런 부채를 재무제표에서 누락한 거죠.

기존엔 회사가 물건 팔아 번 수익인 지 알았던 게, 나중에 정산해보니 갚아줘야 할 돈(부채)으로 바뀌면 손실 처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처리해야 할 금액이 2016년 기준 340억원이었습니다.

이런 부채 누락 문제는 헬스케어가 2017년 주식시장 상장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작성하면서 해소됐습니다.

④국내 판매권 매각이익, 매출액 분류

2018년 헬스케어가 영업 적자를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회사가 가진 의약품 국내 독점 판매권한(판권)을 셀트리온에 218억원을 받고 넘겼기 때문입니다.

판권을 돈 받고 판 금액은 매출액으로 잡았습니다. 당시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헬스케어는 약을 파는 게 본업이지, 드라마 제작사처럼 판권을 사고 파는 일이 잦지 않죠.

약품 파는 게 본업인데, 독점 판매권 판 것도 본업? 셔터스톡

약품 파는 게 본업인데, 독점 판매권 판 것도 본업? 셔터스톡

이 때문에 판권 매각 대금은 일종의 본업 이외에서 발생한 수입(영업외수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거였죠. 영업 이외의 수입으로 잡게 되면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는 도움을 못 주죠.

헬스케어가 영업적자가 날 상황이 되니 고의로 이를 매출을 잡았다는 고의 분식 의혹이 인 배경입니다.

고의 분식이라고? 내가? 아닐 걸? 셔터스톡

고의 분식이라고? 내가? 아닐 걸? 셔터스톡

증선위는 판권 매각 대금은 매출액이 아니라, 영업외수익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결정해, 헬스케어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헬스케어는 판권 매매가 본업과 완전히 무관하다고만 볼 수 있는 지는 다소 모호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건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셀트리온은 증선위 지적 내용을 작년 결산 재무제표에도 반영해야 하는데,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①번 개발비를 부풀린 부분 정도만 최근까지 회계 오류가 이어져 왔고, 나머지는 대부분 그 전에 바로 잡았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 숫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130억원대 과징금도 감당 못할 수준도 아니고요.)

셀트리온 회계 논란은 고의는 없었지만,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회계 처리 치고는 미숙했던 건 사실. 시장은 앞으로 이 회사가 얼마나 투명성하게 회계 처리를 하는 지 지켜보게 될 겁니다.

회계 투명성, 지켜볼거야. 셔터스톡

회계 투명성, 지켜볼거야. 셔터스톡

어쨌든 2018년 12월 금융감독원이 회계 감리를 시작한 이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회계 불확실성은 해소됐습니다. 증권가에서 이들 기업 주가의 단기 반등을 점치는 이유입니다.

남은 건 장기적으로도 계속 괜찮을 거냐. 시장에선 여전히 '매수' 의견은 내면서도, 목표주가는 낮게 잡는 증권사(한화·신한 등)가 눈에 띕니다.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국면이란 얘기죠.

회계 불확실성 족쇄 풀린 셀트리온. 이제 주가 반등? 셔터스톡

회계 불확실성 족쇄 풀린 셀트리온. 이제 주가 반등? 셔터스톡

호재는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키트 수출로 올해 상반기에만 5800억원 규모 매출이 발생할 거라는 점.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올해 매출액이 한 해 전보다 26% 늘어난 거라는 점 등을 꼽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굳이 치료제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증세가 가벼운 게 특징인 건 셀트리온으로선 아쉬운 대목입니다. 기껏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가 생각만큼 팔리지 않을 거란 의미죠. 이미 국내 방역당국은 지난달 오미크론 치료 효과가 낮다며 공급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by.앤츠랩
※이 기사는 3월 21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를!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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