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x300㎝ 크기 한지에 인화한 사진 작품을 보러 오세요.
3월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 전시됩니다.
이는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재구성한 전시입니다.
한지는 통도사 성파 스님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스님은 한지 제작을 위해 비닐하우스에 3X25m 판을 만들었죠.
한 장의 종이를 뜨기 위해 필요한 인원이 7~9명,
건조에만 10일 이상인 한지를 만들어 서울로 보내주셨어요.
저는 그 한지에 인화에만 열흘 이상 걸린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일생 우리 한옥을 찍어온
이동춘 작가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다.
글을 보는 순간 성파 스님의 해맑은 얼굴이 스쳤다.
2016년 통도사 서운암에서 만난
스님의 첫인상이 예사롭지 않았다.
들어선 방바닥부터 새까맣고
널따란 무엇이 깔려 있었다.
검은 옻칠에 빼곡한 점들,
스님이 그린 우주였다.
방 곳곳에 금강산 만물상을 그린 병풍에다
서예와 서화 작품이 그득했다.
글과 그림을 번갈아 보며
갸우뚱하는 나를 알아챈 스님이 말했다.
“‘서화일원(書畵一源)’이죠.
제아무리 복잡한 그림도 점 하나로 시작하죠.
점이 모여 획이 되고, 획이 모여 글자가 되듯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그림이 됩니다.”
그래서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입니까, 예술가입니까?”
어리석은 질문임에도 웃으며 스님이 답했다.
“삶이 문화이고, 삶이 예술이죠.
먹고, 자고, 마시고, 입는 모두가 그렇죠.
일상이 예술이면 예술 수준이 올라가고,
문화 수준도 함께 올라갑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 1등 문화, 1등 민족, 1등 국가가 되죠.”
그날 먹고, 자고, 마시고, 입는 모든 삶이 문화라고 했던 성파 스님,
이 분이 오는 30일 취임하는 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