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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예술가 스님' 조계종 성파 종정…"먹고 자고 입는 게 다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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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 성파 스님

권혁재의 사람사진 / 성파 스님

“240x300㎝ 크기 한지에 인화한 사진 작품을 보러 오세요.
3월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 전시됩니다.
이는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재구성한 전시입니다.

 성파스님이 폭 3m 길이 25m 판에 닥죽과 황촉규를 섞은 한지 원료를 흩뿌리고 수차를 타고 다니며 골고루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 물을 빼고 건조하는 데 열흘이 걸린다. 이동춘 사진작가 제공

성파스님이 폭 3m 길이 25m 판에 닥죽과 황촉규를 섞은 한지 원료를 흩뿌리고 수차를 타고 다니며 골고루 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 물을 빼고 건조하는 데 열흘이 걸린다. 이동춘 사진작가 제공

한지는 통도사 성파 스님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스님은 한지 제작을 위해 비닐하우스에 3X25m 판을 만들었죠.
한 장의 종이를 뜨기 위해 필요한 인원이 7~9명,
건조에만 10일 이상인 한지를 만들어 서울로 보내주셨어요.
저는 그 한지에 인화에만 열흘 이상 걸린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3m 크기 한지에 인화한 사진과 함께 선 이동춘 작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 All About Attitude’ 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는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재구성한 형식이다. 밀라노 한국공예전 출품작과 더불어 지역 활동 작가들의 작품도 아울러 전시되고 있다.

3m 크기 한지에 인화한 사진과 함께 선 이동춘 작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 All About Attitude’ 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는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을 재구성한 형식이다. 밀라노 한국공예전 출품작과 더불어 지역 활동 작가들의 작품도 아울러 전시되고 있다.

이는 일생 우리 한옥을 찍어온
이동춘 작가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다.
글을 보는 순간 성파 스님의 해맑은 얼굴이 스쳤다.

2016년 통도사 서운암에서 만난
스님의 첫인상이 예사롭지 않았다.

들어선 방바닥부터 새까맣고
널따란 무엇이 깔려 있었다.
검은 옻칠에 빼곡한 점들,
스님이 그린 우주였다.

“삶이 문화이고, 삶이 예술이다”는 당신의 말처럼 스님은 서예, 서화, 도예, 옻 염료 그림은 물론 된장과 고추장을 만드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삶이 문화이고, 삶이 예술이다”는 당신의 말처럼 스님은 서예, 서화, 도예, 옻 염료 그림은 물론 된장과 고추장을 만드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방 곳곳에 금강산 만물상을 그린 병풍에다
서예와 서화 작품이 그득했다.
글과 그림을 번갈아 보며
갸우뚱하는 나를 알아챈 스님이 말했다.

“‘서화일원(書畵一源)’이죠.
제아무리 복잡한 그림도 점 하나로 시작하죠.
점이 모여 획이 되고, 획이 모여 글자가 되듯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그림이 됩니다.”

그래서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입니까, 예술가입니까?”
어리석은 질문임에도 웃으며 스님이 답했다.

장독대를 둘러보고 있는 성파 스님. 독에 든 건 대체로 된장과 고추장이다. 신라 때 창건한 통도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방식으로 성파 스님이 담근 장이다.

장독대를 둘러보고 있는 성파 스님. 독에 든 건 대체로 된장과 고추장이다. 신라 때 창건한 통도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방식으로 성파 스님이 담근 장이다.

“삶이 문화이고, 삶이 예술이죠.
먹고, 자고, 마시고, 입는 모두가 그렇죠.
일상이 예술이면 예술 수준이 올라가고,
문화 수준도 함께 올라갑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 1등 문화, 1등 민족, 1등 국가가 되죠.”
그날 먹고, 자고, 마시고, 입는 모든 삶이 문화라고 했던 성파 스님,
이 분이 오는 30일 취임하는 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이다.

성파 스님은 1991년부터 10년에 걸쳐 ‘도자대장경(陶瓷大藏經)’을 만들었다. 이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양면을 똑같이 도자로 구운 것으로 모두 16만2500여장에 무게 총 650t이다.

성파 스님은 1991년부터 10년에 걸쳐 ‘도자대장경(陶瓷大藏經)’을 만들었다. 이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양면을 똑같이 도자로 구운 것으로 모두 16만2500여장에 무게 총 650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