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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인공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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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영익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영익 정치에디터

한영익 정치에디터

1636년 일본 나가사키에 ‘데지마’라고 하는 인공섬이 만들어졌다. 기독교의 포교 금지를 목적으로 만든 축구장 두 개 규모의 부채꼴 모양 격리 구역이었다. 포르투갈인을 몰아넣어 쉽게 관리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1637년 기독교인이 대규모 민란을 일으킨 뒤 포르투갈인은 인공섬에서 추방됐다.

1639년 인공섬에는 네덜란드 무역상사들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에도 막부는 1641년 네덜란드에 독점무역권까지 허용했다. 대신 ‘데지마에만 체류할 것. 정기적으로 세계정세를 보고할 것’ 등의 조건을 붙었다. 1854년 미국이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기 전까지 데지마는 서구와의 유일한 무역·교류 장소였다. 손바닥만한 인공섬이 쇄국의 숨구멍 역할을 했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근대화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데지마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마카오처럼 가용 토지자원이 제한된 곳에서도 인공섬 건설이 활발했다. 마카오는 타이파·콜로안 두 섬 사이를 매립해 코타이 지역을 만들고 카지노를 이 일대에 몰아넣었다. 홍콩에서는 란타우섬 남동쪽 바다에 축구장 1300개 너비의 세계 최대의 인공섬 건설을 추진 중이다. 110만 명을 거주 가능케 해 주택난을 해결할 목적이라고 한다.

망망대해 암초를 콘크리트로 메워 인공섬을 만들기도 한다. 섬으로 인정되면 주변 12해리 내 바다가 영해가 되고, 200해리 내 바다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일본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 떨어져 있는 환초 오키노토리 암초에 콘크리트를 들이 부어 인공섬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대만 어선을 나포해 분쟁이 극대화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남중국해 일대에 인공섬을 꾸준히 조성 중이다. 최근에는 일대를 군사 요새화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인공섬 3곳을 콕 집어 군사화 작업이 완료됐다고 언론에 공개 언급했다. 미사일 무기고, 항공기 격납고, 막사까지 갖춰진 군사기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남중국해 인공섬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 100%가 남중국해를 거친다. 한국 외교 당국도 신냉전 구도 속 대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