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삼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삿날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망한 날부터 3일이 되는 날로 한다.’ 1999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건전가정의례준칙(제12조)에 나오는 내용이다. 가정의례에 대한 허례허식을 없앨 목적으로 만든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조항이다. 결혼 식순이나 제례 절차까지 국가가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건전가정의례준칙은 권고 성격이어서 삼일장을 꼭 지킬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삼일장은 오랜 세월 보편적 장례 문화로 여겨졌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대백과사전은 “전통적으로 고려시대에 삼일장이 드물게 있었으나, 유교식 상례가 문화적 전통으로 정착된 조선시대에는 삼일장이 없었다”며 “일제강점기부터 의례 간소화 정책과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5일 이내의 장기(葬期)를 강요했고, 1973년부터 삼일장으로 한정됐다”고 적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장례 간소화 바람이 불면서 사망 다음 날 발인하는 이일장도 확산하긴 했다. 반대로 고인을 기억하는 조문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사일장이나 오일장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듯 장기가 장례마다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망자와 유족의 뜻에 따라 이별하는 방법과 절차를 저마다 다르게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이런 선택권이 박탈됐다. 누적 확진자 1000만 명, 사망자 1만3000명을 넘어서면서 화장장 포화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전국의 3일차 화장률은 1월 82.6%에서 2월 77.9%로 내려왔고, 이달 들어선 지난 19일 기준 34%로 뚝 떨어졌다. 삼일장을 치르고 싶어도 사일장, 오일장 또는 육일장까지 치러야 하는 형국이다. 유족들로선 이별의 슬픔에 더해, 고인을 차가운 안치시설에 장기간 모신다는 죄스러움까지 느끼게 됐다.

정부는 수도권 및 광역시의 화장장에서만 적용되던 ‘화장로 1기당 7회 운영’을 전국 60개 모든 화장시설로 확대하기로 했다. 화장시설 가동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새삼스럽지만, 사망자와 확진자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어수선한 시기지만, 방역에 관해선 진영 없이 긴밀히 협조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런 시기, 불통은 인간 존엄을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