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시간 무사고' 자랑하자마자…수직 추락한 中민항기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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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중국 민항국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2개월 동안 무사고 총 1억 시간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민항국 관계자는 이는 중국 민항 역사상 최장기 안전 기록이자, 세계 민항기 역사에서 무사고 기록으로 우수한 성적이라고 자부했다.

1980~2010년 총 27대 추락 1474명 숨져 #12년 만에 사고…8869m서 수직 낙하 #2002년 베이징발 CA129 김해서 추락

하지만 지난 21일 오후 민항국이 동방항공 소속 보잉737 여객기 추락 사실을 발표하면서 무사고 기록이 깨졌다. 광시(廣西)성 우저우(梧州) 텅(藤)현 산지에 추락한 MU5735편 여객기에는 승무원과 승객 등 총 132명이 타고 있었다. 현지 우저우 정부는 650여명의 구조대원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탑승객 시신이나 블랙박스는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중국 광시 우저우 텅현에 추락한 동방항공 보잉 737-800 여객기 잔해. 편명 MU7535편 여객기에는 승무원과 승객 132명이 타고 있었다. [EPA=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류허(劉鶴) 부총리와 왕융(王勇) 국무위원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동방항공 추락은 지난 1978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발생한 28번째 민항기 사고다. 지난 2010년 8월 24일 헤이룽장(黑龍江) 이춘(伊春)에서 발생한 허난(河南)항공 여객기 추락까지 총 1474명이 항공 사고로 숨졌다고 중국 차이신(財新)이 22일 집계해 보도했다(표).

12년 전 당시 엠브라에르 190 기종이 하얼빈을 이륙해 이춘 공항 착륙시 항공기 기체가 분해되면서 일부 승객이 객실 바깥으로 튕겨 나가면서 44명이 숨지고 52명이 부상을 입었다.

역대 중국 민항기 항공 사고

사고 발생 3년 후 헤이룽장 이춘시 법원은 기장 치취안쥔(齊全軍)에게 징역 3년 형을 언도했다. 이는 중국 민항기 사고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책임을 물었다. 치 기장은 1심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2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1993년엔 네 차례나 추락 사고가 발생해 총 71명이 사망했다. 사상자 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92년으로 희생자 100명이 넘는 사고 2차례를 포함 총 세 대가 추락해 262명이 숨졌다.

단일 사고로 최악은 지난 1994년 6월 6일 발생한 서북항공 WH2303편 추락사고다. 당시 시안(西安)을 이륙한 여객기는 광저우를 향하던 중 자동 항법 장치 중 보조날개의 방향타 플러그를 잘못 꽂는 사고로 착륙 공항 약 49㎞ 전방에서 기체가 분리 파손됐다. 승무원 14명을 포함한 160명 승객 모두 사망했다.

또 한일 축구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4월에는 베이징을 출발해 한국 부산 김해공항을 향하던 중국국제항공 CA129편이 착륙 직전 추락하면서 128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에 추락한 동방항공 여객기에는 승무원 9명과 승객 123명, 총 13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당 여객기는 13시 15분(현지시간) 쿤밍(昆明)을 이륙해 15시 5분 광저우(廣州) 바이윈(白雲)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지만 14시 20분경광시 우저우 인근에서 통신이 두절됐다.

사고 여객기는 사용 연수 6.8년으로 비교적 신형 기종에 속한다. 최대 탑승 인원은 189명이다. 21일 14시 19분 MU5735편은 순항 고도인 8869m, 시속 약 845㎞ 속도에서 감속이 시작됐다. 14시 21분 GPS 위성 항법 시스템을 사용하는 항공감시 시스템인 ADS-B(Automatic Dependent Surveillance – Broadcast)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당시 광시 우저우에 소재한 베이전(北辰)광업사의 카메라가 MU5735편의 추락 장면을 포착했다. 영상에는 기수가 수직으로 낙하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