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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좋은 일자리 없이는 지역 균형발전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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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역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역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상위1% 근로소득자 75% 독식

기업 이전·은퇴자 귀향 유인책 고민을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어제 나온 국세통계는 그런 상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광역자치단체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에 따르면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중 75명이 수도권 직장에 다닌다. 2020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분석한 결과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경기·인천에 인구의 51%, 상위 1000대 기업의 74%가 몰려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도권 공화국’은 악순환을 부른다. 지방 청년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떠난다.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는 이유도 결국 좋은 일자리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 일자리 불균형은 지방을 더 궁핍하게 하고 지방 소멸 위기로 이어진다. 인구 3만 명 미만의 시·군·구가 2000년 6개에서 2011년 12개, 2021년 18개로 늘었다. 대도시 웬만한 동(洞) 수준인 3만 명을 밑도는 초미니 지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30년 후에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 정도가 사라진다는 무시무시한 분석까지 나온다.

수도권 집중은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수도권에 청년 인구가 과도하게 몰린 탓에 경쟁이 극심해졌고 집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현실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대통령 직속 기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만들고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 ‘혁신도시’를 만들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개선될 조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지난주 인수위 현판식을 한 뒤 국민 통합을 강조하며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산하에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두고 노무현 정부 때 세종시 행정수도를 설계했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도 지방 위기를 고민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세종시 제2집무실 설치는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가 지방에 많이 생기는 거다. 그러려면 대기업 본사나 제2본사의 기업 이전이 필요한데 법인세 감면 등 기존 혜택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원하는 좋은 위치를 지자체와 함께 혹은 단독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파격적인 방안까지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 은퇴자의 지방 유치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방도시살생부』의 저자인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귀향을 지방 살리기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방에 정착할 주거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적절한 유인을 낸다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은퇴세대의 귀향 행렬이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