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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만 하는데, 한번은 폭발" 투자하려면 알아 둘 이야기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무려 3년 3개월 만입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게 말이죠. 이런 날을 기념(?)하지 않으면 섭섭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러시아의 국채 이자 지급 만기일(16일)도 지나갔고요(러시아는 달러로 이자를 지급해서 디폴트 아니라고 주장 중).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함께 논할 만한 분을 17일 만났습니다. 이코노미스트를 30년 넘게 하고 계신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입니다.

투자의 세계에 휘몰아치는 폭풍. 셔터스톡

투자의 세계에 휘몰아치는 폭풍. 셔터스톡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물가상승)이니 신냉전이니 하는, 낯선 얘기가 요즘 많이 나오는데요. 거시경제를 오랫동안 봐오신 전문가가 보기엔 어떠신가요?
“저는 요새 ‘뭔가 세상이 크게 변하는 게 아닌가’라는 위협감을 느껴요. 러시아 사태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이렇게 으르렁대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과연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봐야 하고요. 또 동시에 미국 연준은 유동성을 흡수한다(양적긴축)고 나선 상황인데 이것이 (신냉전과) 잘못 연결되면 새로운 경기침체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고요. 지금은 팬데믹 이후 경제 패러다임과 국제질서, 돈의 흐름이 모두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라서요. 과도기랄까, 변혁기랄까. 그러한 단계에 세계경제가 놓여있습니다.”
박상현 전문위원은 1991년부터 연구소와 증권사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해왔다. 우상조 기자

박상현 전문위원은 1991년부터 연구소와 증권사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해왔다. 우상조 기자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보면 러시아 사태에도 미국 경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던데요.
미국의 생각과 나머지 생각은 다를 수 있죠. 과거 오일 쇼크 땐 미국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원유를 거의 자급자족하는 나라가 됐어요. 곡물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얘기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가 미국인 거죠. 하지만 나머지 국가는 지금 달갑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겁니다.”
미 연준이 미국경제만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그게 세계 경제와 잘못 엮이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거군요.
“만약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미국은 일시적으로 겪고 끝낼 수 있지만 다른 국가는 침체뿐 아니라 새로운 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죠. 가장 우려하는 건 중국인데요. 중국이 자꾸만 러시아에 붙어서 계속 미국 압박을 받고, 만약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이어지면 러시아 위기가 중국 위기로 전염되고, 그럼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죠.
시진핑과 푸틴이 친하게 지내면 위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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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금융회사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세컨더리 보이콧) 문제가 커지는 군요.
“그러면 중국은 가만히 있을까요. 마침 가을 당대회 시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까 뭔가 반응이 있을 거고요. 자칫 대만으로 불똥이 튄다면 그건 정말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악순환을 설명하자면, 그런 식으로까지도 흘러갈 수 있는 국면에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저렇게 당하는 걸 봤으니 시진핑이 대만 침공은 안 할 거란 시각도 있죠.
“지금 판세를 보면 승기를 미국이 잡았죠. 스위프트 배제 같은 강력한 경제수단을 가지고 총 한 방 안 쏘고 제압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구도라면 낙관적으로 이렇게 볼 수 있겠죠. ‘결국엔 미국의 뜻대로 된다.’ 그럼 앞으로의 질서도 당분간은 미국 주도로 계속 가는 겁니다. 미국이 하고자 했던 대로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고, 디지털과 탄소중립 관련 투자를 늘릴 거고요. 우리는 거기 순응해서 10년은 즐겁게 갈 수 있죠.”
갈림길, 과도기, 변혁기, 혼란기.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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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이네요. 한쪽엔 신냉전의 길, 다른 쪽은 미국의 주도권이 더 강해지는 길.
“미국의 기술혁신 사이클이 이참에 더 공고히 될 수 있죠. 또 유럽은 이번 사태를 거치며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잖아요.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발걸음이 상당히 빨라질 거고요. 그런 것이 긍정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연준 얘기로 돌아가면요. 지난 밤 파월 의장 발언을 어떻게 보셨어요.
“상당히 매파적이죠. (올해 FOMC가) 6번 남았는데, 6번 다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했고, 내년에도 3번 정도 더 한다고 했고요. 금리 수준 자체는 팬데믹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지만, 속도가 빠르죠. 또 5월에 양적긴축(QT)를 한다고 했는데,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인상해도 양적긴축까지 감안하면 0.5%포인트 인상 효과가 있거든요. 특히 연준이 물가에 초점을 맞춰서 정책하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물가 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졌죠.
박상현 전문위원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전망했던 게 틀렸다고 인정한다. 우상조 기자

박상현 전문위원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전망했던 게 틀렸다고 인정한다. 우상조 기자

미국 물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까요.
“작년에 저도 잘못 봤고, 연준도 틀렸어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줄 알았는데, 미국은 노동시장의 구인난이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거죠.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하는데 MZ세대는 플랫폼 경제로 흡수되면서 육체 노동을 회피하고 있고요. 팬데믹으로 불법이민자가 못 들어오면서 부족현상이 생기고요. 산업 구조상으로도 문과는 취직 못하는데 IT쪽은 사람이 없어서 임금이 올라가고요. 그동안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을 포용하며 물가안정 기반을 만들었는데 그 틀도 지금 와해되고 있고요.”
한국은 일찍부터 기준금리를 올려서 어떻게 보면 선제대응을 한 측면이 있는데요.
“사실 부동산 때문에 올린 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맞아 떨어졌죠. 미국 연준이 올해 7번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그에 버금가는 정도로 인상해야 맞는데, 이미 우리는 세번 올려놨기 때문에 여기서 한두번만 올려도 되겠죠.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 셔터스톡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 셔터스톡

반면 중국은 기준금리를 내리려던 찰나에 미국이 올렸네요.
중국은 실기했죠. 서둘렀어야 했는데 동계올림픽도 있고 전인대도 있다보니 정치적인 이유로 눈치를 본 건데요. 그러다 우크라이나 사태 터지고 금융시장이 불안하니까 ‘이제 할래’라고 강하게 멘트를 했고요. 그런데 실제로 내릴 수 있느냐는 의문이거든요. 무엇보다 돈을 푼다고 해도 문제인 게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락다운을 계속하잖아요. 가장 중요한 부양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게 하고, 소비도 하게 해야 하는 건데요. 한편에서는 락다운을 하고, 또 한편에선 경기 부양을 하고. 중국은 그런 면에서 딜레마에 갇혀 있어요.
30년간 세계경제를 보셨는데도 지금과 비슷했던 국면이 딱히 없으셨다니. 투자자 입장에선 좀 막막하네요.
“과도기, 혼란기인데 결국 언젠가는 질서가 정리되겠죠. 미국을 예로 들면 1990년대 초반 베를린 장벽과 걸프전 이후 대호황을 맞았고,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 IT 버블을 맞으면서 경제가 가라앉고 그게 2008년 금융위기까지 이어졌죠. 그 뒤 미국이 기술혁신의 중심에 서면서 다시 한번 힘을 찾아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왔고요. 사실 작년 초만 해도 이게 더 갈 것 같아서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 미국 경제의 전례 없는 호황 시절)가 재현될 거다’라고 다들 얘기했는데, 지금 순탄치 못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고요. 이제 이 과도기를 지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수도 있죠.”
박상현 전문위원은 지난해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책을 냈다. 우상조 기자

박상현 전문위원은 지난해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책을 냈다. 우상조 기자

8~10년 정도의 사이클이군요.
결국 인구 사이클인데요.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장하고 MZ세대가 대체하는 시기이죠. MZ는 자동차나 TV가 부족한 세대가 아니에요. 그들이 새로운 산업 사이클을 이끌 텐데, 그게 자율주행차이건 드론이건 메타버스이건 언젠가는 한번 폭발하겠죠. 지금은 이걸 얘기만 하는데, 어느 순간 실제 대량으로 생산 소비되는 시대가 한번은 올 거고, 그 시대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선 희망이 보입니다.”

※이 기사는 3월 1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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