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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0억마리 꿀벌' 증발…이는 "4년내 인류 멸종" 경고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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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겨울잠 자던 꿀벌들의 실종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경고 입니다. 농작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꿀벌이 없으면 식량도 사라진다는 의미랍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受粉) 합니다. 꿀벌이 없으면 과일·채소 등 생장에 타격을 주고 가격 또한 치솟게 된답니다.

이런 꿀벌이 돌연 사라지면서 양봉업계와 과수농가가 뒤숭숭합니다. 겨울잠에서 깨야할 벌들이 벌통을 비운 채 자취를 감춘 겁니다. 19일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173개 농가, 39만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벌통 1개당 1만5000~2만 마리가 사니 60억~70억 마리가 없어진 겁니다. 피해 금액만 이미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4173개 농가 벌통 ‘텅텅’…“난생 처음”

매화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왼쪽)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연합뉴스, 중앙포토

매화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왼쪽)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연합뉴스, 중앙포토

양봉농가들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며 발을 구릅니다. 경북 성주군에서 꿀벌을 키워온 박윤백(63)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최근 벌통 사이를 오가다 석연찮은 낌새를 챘답니다. 이맘때쯤 극성스럽게 날아다니던 벌들이 모습을 감춘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벌통을 열어본 박씨는 까무러치게 놀랍니다. 꿀벌의 먹이그릇인 사양기(飼養器) 곳곳이 텅 빈 겁니다. 평소 사양기는 꿀벌들이 빼곡하게 집을 지어놓고 무리를 지어 사는 곳입니다. 놀란 박씨는 황급히 다른 벌통들을 열어봤지만 400개 중 350여 개가 빈 상태였답니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만 20년 가까이 벌을 키웠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연초부터 꿀벌 실종 사태가 불거진 것은 겨울잠과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1월 중순쯤 날이 풀리면 벌통을 열어 벌을 깨우는데 벌들이 없어진 겁니다. 박씨도 여느 때처럼 벌통을 열었다가 벌이 사라진 걸 발견했습니다.

겨울잠 깨우려 여니…70억 마리 실종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에서 농민이 비어 있는 벌통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에서 농민이 비어 있는 벌통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별로는 전남 지역의 벌통 10만5894개를 비롯해 전북(9만개), 경북(7만4582개)에서 큰 피해를 봤습니다. 경남(4만5965개)과 충남(3만1280개), 강원(1만3033개), 경기(4250개)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피해는 커지는데 꿀벌이 사라진 원인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상기후나 병해충 피해, 봉군(蜂群·벌 무리) 관리기술 부족 등이 거론될 뿐입니다. 현재로서는 “따뜻해진 기후 탓에 벌들의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꿀벌응애(기생충)가 기승을 부려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올 수 없게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농진청도 이상기후 변화와 꿀벌응애가 꿀벌 실종과 연관된 것으로 봅니다. 지난 2년간 겨울 기온이 높은 탓에 벌통을 나섰던 벌들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귀환 도중 얼어죽었다는 설명입니다. 예년보다 빨리 증식한 꿀벌응애 방제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있답니다.

참외·딸기 등 과일·농작물 ‘직격탄’ 

지난 2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대황1리 한 양봉농장에서 농장주가 빈 벌통을 열어 확인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2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대황1리 한 양봉농장에서 농장주가 빈 벌통을 열어 확인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꿀벌 감소는 양봉농가와 벌꿀 유통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양봉업계 측은 “예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벌꿀 대흉작으로 생계마저 위협받게 됐다”고 호소합니다.

소비자들 또한 꿀값 급등 때문에 ‘꿀맛’을 보기가 한층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양봉협회에 따르면 벌꿀 채취량 감소 여파로 15만 원 선이던 벌통 1개 가격이 40만 원까지 치솟았답니다.

더 큰 문제는 꿀벌의 실종은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큰 악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는 꿀벌 감소 소식에 당장 올해 참외 농사를 걱정합니다. 성주의 참외하우스 5만여동 중 4만여동이 벌을 이용한 수분인 탓에 비상이 걸린 겁니다.

참외 농가 발 동동…경남선 딸기 기형과까지

꿀벌. 연합뉴스

꿀벌. 연합뉴스

굳이 아인슈타인의 ‘꿀벌 경고’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이미 경남 등에서는 “꿀벌이 모습을 감추면서 딸기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수정을 할 벌이 적은 탓에 딸기 생육이 부진하고 기형과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했던 경고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예언’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벌이 꿀을 빨아올 밀원(蜜源)숲을 만드는 것처럼 생태계를 지킬 대책을 세워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꿀벌이 없다면 세계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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