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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작전 영웅’ 로버트 러니 美해군 제독 별세에 보훈처 애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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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제독. [사진 국가보훈처]

지난 10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제독. [사진 국가보훈처]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일등항해사로 활약했던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이 별세해 유가족에게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조전을 보냈다고 보훈처가 17일 밝혔다.

러니 제독은 지난 10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황 처장은 러니 제독 유족에게 보낸 조전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러니 제독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러니 제독은 6·25전쟁 당시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흥남철수작전에 참여해 수많은 피란민의 탈출을 도왔다. 그는 1950년 12월 22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항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과 함께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배에 태우고 출발해 사흘 뒤 경남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 항해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로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2월 25일에 도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1만 4000여명의 삶을 구하고, 인생을 바꾼 흥남철수작전은 한국전쟁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철수 때 배를 타고 탈출한 피난민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에게 “흥남철수 때 훌륭한 선원들 없었으면 나도 없었을 것”이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너무 많은 피란민이 몰려 배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1만 4000여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작전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는 2020년 보이스오브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흥남철수작전에 대해 “날씨는 매우 혹독했고, 적대세력들은 항구의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40만여 명의 연합군을 후송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됭케르크 철수와도 유사한 면이 있었지만, 훨씬 더 성숙했다”며 “피난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매우 침착했다. 진정한 영웅은 한국민이었다. 오히려 승무원들이 한국말 ‘빨리빨리’를 즉석에서 배워 한 명이라도 더 태울 수 있도록 다그쳤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을 마치고는 변호사로 일하며 뉴욕주 해군 방위군으로 계속 복무했다.

그는 생전에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훈처는 유엔 참전용사 사망 시 예우를 위해 수여하는 추모패도 유족에게 전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올해에도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참전으로 맺은 혈맹의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해 참전용사 후손을 비롯한 미래세대와 함께 6·25전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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