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의현(필명)의 일리(1·2) 있는 선택

백화점 증축도 반대한 李에 몰표 준 광주...광주 사람도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김의현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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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새 기획 칼럼 시리즈 '나는 고발한다. J'Accuse...!'가 대선 이후 드러난 다양한 표심읽기에 도움이 되는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 '일리(1·2) 있는 선택'을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연재합니다.
1번이든 2번이든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을 무지하다고 비판하거나 악마화하는 대신 그 선택의 이유를 들어보며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는 취지입니다. 경기도에 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 40대 화이트컬러 남자 이진용씨의 이재명 후보 지지 글에 이어 민주당 텃밭 광주에서 2번을 선택한 회사원 김의현(필명)씨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더 많은 관련 칼럼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광주 한 카페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배경은 2017년 복합쇼핑몰 설립 반대 시위에 나선 광주 시민단체 모습. 그래픽=전유진 기자

지난 2월 광주 한 카페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배경은 2017년 복합쇼핑몰 설립 반대 시위에 나선 광주 시민단체 모습. 그래픽=전유진 기자

대선이 끝났다. 나는 광주 사람이라 주변이 죄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다. 대선이 끝나자 주위 사람들이 탄식했다. 우리 집도 나 빼고 전부 민주당 편이고, 친구나 회사 사람도 거의 다 그렇다. 대선 이후 계속 저기압이다. 내가 차마 본명으로 이 글을 쓰지 못하고 필명을 내세운 이유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은 국민 모두 아는 것처럼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그저 어른들 말하는 대로 민주당 진영이 선(善)인 줄 알았다. 당연히 한나라당(옛 국민의힘) 보수 진영은 악(惡)이었다. 이런 선악 논리가 바뀌기 시작한 건 군 복무 때였다. 전국에서 온 사람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알게 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 가치관 하나하나를 민주당 성향에 대입해 보니 안보나 대북관, 여러 사회 경제 이슈에 대한 생각이 민주당과 상당히 안 맞았다. 그때부터 민주당과 서서히 멀어졌다.

지역 발전 무시하는 민주당에 실망 

특히 최근 지역발전 사안으로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다. 민주당 진영의 호남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신세계다. 수년 전 광주광역시 제안으로 광주신세계는 증축 제안을 수락했고, 지역 소상공인들과도 어느 정도 합의해 상당한 진전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일부 소상공인 단체들의 행동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반대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들어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게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내 민심까지 흔들리자, 지역 정치권과 진보 스피커들은 ‘광주정신’을 거론하면서 "5일장이 있으니 아쉬울 것 없다"라느니 "명품 시계 찬다고 부자 되는 게 아니다"라는 소리를 했다.

SNS를 통해 널리 퍼진 '광주에 없는 것' 리스트. [SNS 캡처]

SNS를 통해 널리 퍼진 '광주에 없는 것' 리스트. [SNS 캡처]

광주의 부족한 생활 인프라 탓에 어쩔 수 없이 대전과 안성까지 오갔던 나로서는 정말 어이없었다. 특히 광주신세계를 반대한 대표적인 인물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아니었나. 그가 광주신세계 증축을 반대했던 걸 떠올리니 도저히 표를 줄 수 없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고 믿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광주신세계 말고도 롯데의 전주 투자, 여수 경도 투자 및 프리미엄 복합상가 유치,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시도 등 기업들의 호남 지역 투자 노력이 있었음에도 민주당과 지역 정치인들이 반대하여 무산되거나 지연된 사례가 주목받았고 이와 합당한 표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국민의힘도 20~30% 득표해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민주당도 지금처럼 시민단체 말만 듣기보다는 지역 발전에 보다 신경 쓰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재명 후보가 광주·전남·전북 모두에서 85% 이상 득표했다. 많이 옅어졌을 거라 믿었던 지역주의가 아직까지는 호남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 여부와 별개로 말이다. 각자의 가치관으로 한 선택에 대해 유권자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몰표는 그 지역 사람인 나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문득 2018년 지방선거가 떠오른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에코시티에 코스트코가 입점하는 것을 반대했고, 전주종합경기장에 롯데몰이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이게 다 생겼다면 전주 시민들이 대전으로 원정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전주 시민들은 반발했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놀랍게도 김승수 시장의 과반 이상 득표의 재선이었다.

'호남 낙후' 이슈화한 윤석열에 감사 

안타까움이 크지만 그렇다고 계속 과거 얘기만 하면서 한탄할 일도 아니다. 이번 대선은 사실 희망을 갖게 한 선거였다. 복합쇼핑몰 이슈가 전국화하면서 호남 사람들 역시 외부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역 정치권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광주 지역개발 현안에는 금호타이어 부지, 전남방직 부지, 어등산 개발 등이 있다. 광주시민들은 이제 이곳이 정상적으로 개발돼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가 보완되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처럼 일부 시민단체와 반(反)기업적 지역 정치인들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할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광주와 호남의 낙후 문제를 이슈화한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지역발전 정책을 제시하며 호남에 공을 들인 이준석 대표의 노력도 높이 평가한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역대 보수 대통령 후보 중 호남 최다 득표라는 성과도 대단하다고 본다.

국민의힘 기대와 달리 호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몰표가 쏟아졌다. [뉴스1]

국민의힘 기대와 달리 호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몰표가 쏟아졌다. [뉴스1]

6월 선거에선 국민의힘 표 더 기대 

국민의힘이 호남을 잊지 말고 계속 신경 써주길 부탁한다. 지역 발전이 정체돼 있다는 걸 호남 시민도 알고 있다.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지역 현안 위주로 굴러간다. 이런 이유로 6월의 지방선거에선 대선과 다소 다른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정당 간의 경쟁과 타협이 지역의 건전한 발전을 이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스타필드 창원은 주민투표까지 가는 과정을 거친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현 창원시장은 민주당 소속인데도 찬성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뜻을 모았다.

윤석열 당선인이 호남에 내걸었던 공약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호남에서 민주당의 독식 구조가 깨지고 국민의힘이 명실상부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아 양당이 경쟁적으로 지역발전에 힘쓰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