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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군기 잡으려다 체면 구긴 북, 미사일 또 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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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착공 1년 만에 완공을 앞둔 평양 송신·송화지구 1만 가구 주택 건설현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착공 1년 만에 완공을 앞둔 평양 송신·송화지구 1만 가구 주택 건설현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발사 초기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쯤 북한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 미사일은 고도 20㎞에도 이르지 못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10번째 미사일 발사로, 지난 9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엔 처음이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미사일의 제원을 파악하고 있다. 발사 장소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신형 ICBM 화성-17형(사거리 1만3000㎞ 이상)을 쐈던 평양 순안공항 일대여서 이번에도 화성-17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북한이 처음 선보인 ICBM이다. 동체 길이가 23~24m, 지름이 2.3~2.4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두꺼운 ICBM이란 점에서 ‘괴물 ICBM’이란 별명이 붙었다. 화성-17형은 액체 연료를 쓰는 백두산 엔진 여러 개를 묶어(클러스터링) 만들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백두산 엔진이 그동안의 발사에서 신뢰성이 충분히 검증됐지만, 이번엔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 폭발 추정 원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 미사일 폭발 추정 원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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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이날 평양 시민이 미사일의 폭발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NK뉴스에 따르면 평양 하늘에서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미사일 비행 궤적의 끝단에서 붉은색 연기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폭발음이 들렸다. 이춘근 위원은 “공중에서 연료통까지 폭발했다면 파편이 흩어진 채 떨어지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대로 낙하했을 수 있다”며 “미사일의 액체 연료와 산화제는 인체에 매우 해로워 주택가에 추락한 경우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월 ‘핵실험·ICBM 발사 중지’ 폐기를 선언한 뒤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남북 및 북미 관계를 ‘강(强) 대 강’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이번엔 군기를 잡으려다 체면을 구긴 셈”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북한은 2016~17년 여러 번의 발사 실패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ICBM 개발에 성공했다”며 “발사를 곧 재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는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북한이 인공위성을 빌미로 ICBM 발사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북한이 추가로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무력시위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연합 미사일 타격 훈련을 벌이기 위해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단거리탄도미사일 부대가 대기하고 있다. 한국군 독자적으로 공중 폭격과 해상의 지대함 미사일 발사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음 달 실시로 조율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핵추진 항공모함, 장거리 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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