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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스터 쓴소리' 이상민 "이재명 비대위원장은 최악 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당의 개혁과 타협의 정치를 주장해온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유성을)은 16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앉히자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한다"며"이 후보 본인이 비대위원장 하지 않겠다는 뜻을 빨리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21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문일답.
 -요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한 7천통은 받은 것 같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다. 거기다 욕설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 한밤중, 그러니까 새벽 2, 3시나 4, 5시에도 전화가 온다. (받아봤나?) 욕하면서 끊는 분, 자근자근 얘기하지만 결국은 날 비난하는 분, 말 안 하고 끊는 분 등등이다. 난 휴대전화를 반드시 머리맡에 두고 자왔는데 요즘은 가방에 집어넣거나, 꺼버리거나 한다. 그럴 때 참 (기분이) 그렇다."
-문자 폭탄의 배후가 있다고 보나?
"누군가 작업해 집단적으로 융단폭격 가하는 듯하다. 며칠 연이어 24시간 내내 쏟아지고 있다. 문자 내용도 비슷한 걸 보면 집단적 작업같다." "
-혹시 민주당 내 특정세력의 작업은 아닐까?
 "그런 의심도 든다.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정황이다."
 -대선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선대본부장 출신 윤호중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우리 당은 언제부터인가 자아 성찰이나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책임 따지지 말자는 풍조가 팽배해졌다. 대선의 패배 원인이 뭐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따져야 쇄신이 가능한데 임시 봉합해 넘어가려 한다."

'민주당의 미스터 쓴소리' 5선 중진 인터뷰 #"밤새 협박전화 시달려, 당내 세력 작업인듯" #"윤호중 비대위, 자아성찰 안하면 대체될 것" #"이재명은 패배 장본인, 비대위원장 부적절" #"내게 공감하는 의원들 많아, 말만 못할 뿐" #"정치 복원위해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 선언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임시봉합이란 뜻인가. 바꿔야 하나
"현실적으로 비대위원장을 당장 맡을 인물이 마땅하지 않거나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일시적으로 윤호중 체제로 갈 수 있으나 자아 성찰과 비판을 철저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쇄신이 이뤄질 리 없다"
-그제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당신을 포함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만났는데
"참석했다. 비공개 만남이라 대화 내용을 소개하긴 어렵다. 다만 근본적인 자아 반성이 안 나와 앉아있기가 어려웠다. 나 혼자 쇄신책을 얘기해봤자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소리나 들을까 봐 그냥 있다 나왔다. 아주 힘들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무슨 말을 하던가
"대체로 듣는 모습이었다.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를 얘기하더라"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주'가 윤 비대위원장 퇴진을 요구했는데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하다면 자아비판을 냉혹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초선들 주장대로 비대위를 새로 구성하는 것도 대안이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재명 비대위원장' 카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왜 말이 안 되나
 "이미 송영길 대표 등이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런데 패배의 장본인인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건 앞뒤가 맞는 말이 아니다. 선거의 패장으로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 아닌가. 또 이 후보는 비대위를 끌고 갈 동력이나 창의성도 고갈된 상태니 심신을 추스르는 게 먼저다. 이 후보는 비대위 맡을 적임자가 아니며, 맡아서도 안 된다. 그를 비대위원장에 앉히자는 일각의 주장은 판별력 없는 얘기다"
-이재명 후보가 직접 비대위원장 추대론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이재명을 비대위원장에 앉히자''말자' 하는 논쟁은 당에 소모적 논란만 증폭시킨다. 이 후보 본인이 비대위 안 간다는 뜻을 빨리 표명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게 아쉽다. 빨리 의견을 표명하길 기대한다."
-굳이 대선 패배 장본인인 이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원들의 속내가 뭔가
"그런 주장을 하는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으니 모르겠다. 겉으로는 1600만표 넘게 얻고 석패하였으니, 형편이 어려운 당을 이끌 사람은 이재명뿐이라고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당내에 비대위원장 맡을 사람이 없는 게 아니고 당 외부에도 없는 게 아닌데도 (이재명 후보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건) 있을 수 없는,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패배의 책임을 질 장본인이 비대위를 맡아 이끌면 리더십이 제대로 서겠나.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하는 속사정이 있으면 시원히 제시하기 바란다"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이낙연계 박광온 의원과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지며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인다.
 "볼썽사납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특정 그룹에서 나를 포함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누구는 대선 과정에서 열심히 했으니 원내대표감이고, 누구는 열심히 안 했으니 안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작업하는 그룹이 있어 보인다. 퇴행적 악행이다."
-민주당은 대선 끝나면 해온 '대선 평가 보고서'발표도 미루고 있는데
 "논란이 있을까 봐 피하는 모양인데 불편하다고 회피하면 되겠나. 자아비판 하며 쇄신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다. 힘들어도 정면을 응시하고 뭐가 잘못됐는지 책임 묻고 나가야 한다"
-당내에 이 의원 같은 쓴소리를 하는 의원이 보이지 않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지금 당에 강경 기류가 높다. 다른 목소리를 내면 열성 당원들이 문자폭격을 하니, 주눅이 드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는 내 뜻에 공감을 표하는 동료의원이 상당수 있다. 그러니 내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재명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협치와 통합정부를 약속했다. 대선에 지든 이기든 그걸 실천해야 한다."
 -앞으로 거취는?

 "지금은 정치가 없다. 작동 중지다. 정치복원이 한국 정치의 과제가 된 것이다. 이건 국회의장이 앞장서 복원해야 한다. 그래서 21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고자 한다. 국회의장이 되면 반드시 여야 협치를 실현해 정치를 복원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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