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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콘크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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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영익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한영익 정치에디터

한영익 정치에디터

콘크리트의 요체는 배합이다. 모래·자갈 같은 골재와 시멘트, 강도를 높이기 위한 혼화재를 물과 함께 적절하게 배합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모래나 자갈 등의 골재가 용적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시멘트 비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비가 오면 쓸려나가기에 십상인 모래와 자갈이 다른 재료들과 적절히 섞이면서 바위처럼 단단해지는 마법을 일으키는 것이다.

콘크리트가 사용된 건 고대 로마부터다. 석회·모래 등을 물에 섞어 만든 일종의 모르타르 형태로, 주로 석재나 벽돌을 연결하는 접착재로 사용됐다. 근본적으로는 벽돌을 쌓고 사이사이에 콘크리트로 접착하는 공법이다 보니 건물을 4~5층 이상 올리기는 어려웠다.

혁명이 일어난 건 19세기 들어서다. 콘크리트는 당기거나 비트는 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인장강도가 강한 철망·철근이 이를 보강해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철근콘크리트’ 공법이 탄생했다. 철근 역시 불과 같은 고온에 약하고, 쉽게 산화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콘크리트 외벽이 이를 보완해줬다. 서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부각해주는 황금 조합이었다.

철근콘크리트 혁명에 힘입어 20세기 초 세계 곳곳에는 랜드마크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1931년 뉴욕에 들어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 한국은행 본점(1912년), 서울역(1925년), 서울시청(1926년) 등 이전에 보지 못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섰다. 100년 가까운 세월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인의 대표 주거지인 아파트 역시 같은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진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기는커녕, 공사 중인 건물이 붕괴하는 참사가 1월 광주에서 벌어졌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물을 섞는 방법으로 불량 콘크리트를 쓰는 등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것’이라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이번 사고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파트에 철근을 설계보다 적게 시공했다는 논란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단골 뉴스다.

250만호 주택공급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관련자 처벌 등 사후 약방문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한 이유다.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면 250만호 공사 중 ‘불량 콘크리트’가 또 문제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