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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비대위’ 놓고 與 발칵…“6월 지방선거 어떻게 치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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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장동 진상규명 특검수사 반대하는 국민의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장동 진상규명 특검수사 반대하는 국민의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6·1 지방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대선 패배에도 인적 쇄신이 아닌, 현상 유지를 택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엄하게 심판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6월 지방선거 이후까지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의원들의 여러 가지 제안이 있었지만, 지도부가 전날 결정한 사안을 존중하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13일까지 비대위 구성을 마친 뒤, 14일부터는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송영길 전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마지막으로 내린 결정에 따른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오는 3월 25일 새 원내대표 선출 뒤에도 비대위원장을 맡는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이전까지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이다. 당연히 6·1 지방선거 공천을 총괄하는 것도 윤 원내대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맨 앞줄)과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맨 앞줄)과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약 3시간가량 열린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지도부 결정에 대해 격하게 반발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4선 중진 안규백 의원은 “윤 원내대표가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3월 말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다음에도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김두관 의원은 “윤 원내대표 중심 비대위로는 지방선거 승리도 보장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우리가 혁신하고 반성하려면 좀 더 고민해서 비대위원장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니냐” “최고위가 의원들 의견을 묻는 절차도 없이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함부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위원장은 법사위원장 때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해서 국민들에게 ‘입법 독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국민들이 쇄신으로 보겠나. 지방선거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의총에선 “윤호중 비대위가 불가피하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지방선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대선에 대한 평가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뽑힐 때 해도 늦지 않다”(이병훈 의원)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7 재·보선 패배 직후 당 쇄신을 주장했던 ‘초선 5인방’ 중 한 명인 장철민 의원도 “지금은 사람을 바꿔서 쇄신 목소리를 낼 때는 아니다. 활동력으로 쇄신을 선보여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일부 의원들은 “외부에 훌륭한 인사가 있다면 이미 대선 때 선대위원장으로 모시지 않았겠냐”는 현실론도 제기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 체제를 의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 체제를 의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의총 말미에 윤 위원장이 전날 최고위 결정사항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모으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갈등이 표면화될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비문 성향의 중진 의원은 “윤 위원장은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이다. 결코 계파색이 옅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측에선 이미 “윤 원내대표는 대선 결과에 결코 책임이 작다고 할 수 없는 위치다. 민주당이 반성하고 있는 게 맞느냐”(신철희 대변인)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는 3월 25일 원내대표 선거를 교황 선출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후보등록과 유세 절차 없이, 의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원내대표감을 여러 차례 적어내 과반이 추천한 사람을 추대하는 방식이다.

후보군으로는 정세균계 안규백 의원(4선), 이낙연계 박광온·홍익표 의원(3선), 이해찬계 김경협 의원(3선), 86그룹 박완주·박홍근 의원(3선)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원내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도 “과도한 원내대표 경쟁은 국민 눈 밖에 날 수 있어서 선출 방식을 변경했다”(충청권 초선), “결국 물밑 작업으로 계파 선거를 치르게 됐다”(중진 의원)는 평가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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