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격화…박철완 “경영진 보상 과도” 반발

중앙일보

입력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야경.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야경.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 2026년까지 연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박찬구(74) 금호석화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에 도전했다가 패한 박철완(44) 전 상무는 입장문을 내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추가 소각 등을 요구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재계에서는 25일 주주총회를 앞둔 금호석화에서 이른바 ‘조카의 난’이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11일 금호석화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2026년 연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인 8조4618억원이었는데 4년 안에 매출을 40%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다.

금호석화는 이를 위해 핵심 사업인 NB라텍스를 포함한 합성고무 사업과 정밀화학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친환경 자동차와 바이오·친환경 소재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탄소나노튜브(CNT)와 바이오 소재 제품 등 자체 성장 사업도 적극 키우기로 했다. 기업주도형 벤쳐캐피탈(CVC) 설립도 추진한다. 친환경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18년 7% 수준에서 2026년 16%, 2030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호석화는 핵심 사업 강화와 미래사업 육성을 위해 향후 3조5000억~4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금호석화는 지난 8일 보통주 주당 1만원, 우선주 주당 1만50원의 배당안을 내놓은 데 이어 주주 친화정책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자사주를 향후 10년간 전략적 제휴 및 신성장 플랫폼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의사 결정에 따른 비연관 자산 역시 향후 정상 가치 회복 시 미래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임을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로고.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로고. [사진 금호석유화학]

그러나 금호석화의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창사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왜 주가가 15만원까지 폭락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지난해 주총을 겪으면서 회사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고 결국 실망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주가는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 측의 배당성향은 오히려 작년에 비해 낮아졌고 ▶불과 0.56%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분리되지 않았고 ▶경영진의 보상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비연관 자산은 매각되지 않았고 ▶금호리조트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되었다는 점 등 총 7가지를 지적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주식 8.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10.22%를 갖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호석유화학 지분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 전 상무는 앞서 주주 제안에서 보통주 주당 1만4900원, 우선주 주당 1만4950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박 전 상무는 이와 관련, “배당성향은 향후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30%를 유지해야 하지만 2022년 화학업종의 다운사이클과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해 배당성향 30% 대신 보수적인 21%를 제안하게 된 점 모든 주주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대신 회사 측이 현재 보유 중인 17.8%의 자사주 중 10%를 올해 안에 소각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주분들은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 측에 역 제안했다. 또 “우리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는 3월 10일 참고서류 공시 이후 2영업일 경과 후인 다음 주 화요일(15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이후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의 장점을 강조하는 자료도 냈다.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NGO) 이사가 각각 ‘재무통’이자 ‘환경통’이라는 내용이다. 앞서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와 함상문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