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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부동산 대수술 예고…전문가들 "文정부식 답정너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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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뉴스1.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 정권 교체의 주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1990년대 이후 진보정당의 주요 텃밭이던 서울에서 과반수 넘게 득표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보유세 부담과 각종 규제 탓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포함해 15개 자치구에서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본지 주택학회와 온라인 좌담 #윤 당선인 '공급확대, 규제완화' #차기 정부에 필요한 주택정책은 #

윤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공약은 ‘공급확대,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 난맥상은 만만치 않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본지는 한국주택학회와 함께 온라인 좌담회를 열어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점검, 앞으로의 주택 정책 방향에 대해 긴급 진단했다. 좌담회에는 고진수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노승한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 진창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등 6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부동산 정책, 차기 정부에 바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동산 정책, 차기 정부에 바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윤 당선인, 부동산 대수술 나서나

윤 당선인이 내세운 부동산 공약은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 집값 폭등이 공급 규제 탓이라고 본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47만호를 공급하는 등 5년간 전국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또 도심 내 용적률 500% 상향을 통해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세제도 대폭 손본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취득세도 인하해 주택 거래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거나,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 입모았다. 충분한 공급부터 한 뒤 규제를 완화해야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공급량에만 치우친 공급 정책은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창하 한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도 205만호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9년 96%에서 현재 94%로 하락했고 공급 정책은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세대 수, 가구 수가 얼마나 변했고, 수요자가 어떤 주택을 원하는지 면밀히 조사해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 주요 부동산 공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당선인 주요 부동산 공약.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진수 광운대 교수는 “신규 공급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 현재 있는 주택이 적절한 사람에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대기자 명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복잡한 부동산 세제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적률 완화는 단순히 공급 차원이 아니라 도시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용적률 완화는 손쉬운 공급 정책일 수 있겠지만, 도시의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주거의 질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1기 신도시만 해도 용적률 500%로 완화하고 임대주택을 더 짓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 ‘답정너’는 안 된다  

실패로부터 배울 필요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을 ‘불통’으로 꼽았다. 2020년 7월에 도입한 임대차 3법만 해도 정책이 갑자기 도입됐을 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다수 여당은 속전속결로 입법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전셋값이 치솟고 이중·삼중 가격이 형성됐다. 노승한 건국대 교수는 “정권 내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라)’ 식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 문제”라며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하게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파급력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모든 정책을 대결 구도로 이분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정섭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주택 시장에 참여하는 이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 시장을 나누고 진영논리로 단순화한 것이 문제였다”며 “전문가와 더불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대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치’도 이제 그만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그간 부동산 정책은 정치 과잉의 상태였다”며 “사퇴한 김동연 후보가 제시한, 독립된 ‘국가주택정책위원회’를 설립해 정권에 따라 널뛰기하듯 정책이 바뀌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 교수는 “예측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금융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실수요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에서 자산 비중 중 수익형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큰 국내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동산 투자를 더는 죄악시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지방 소멸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택 정책 수립도 필요하다. 임미화 교수는 “주택문제를 주택시장에 국한해서 보면 안 되고 도시문제, 국토균형발전 문제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섭 교수는 “중앙정부가 전권 쥐고 흔들지 말고, 지방정부에 자율성 주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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