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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율 75%라는데…늦어지는 비 소식에 울진 산불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진·삼척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2리에서 산림청 헬기가 야산에 난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울진·삼척산불 발생 닷새째인 8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2리에서 산림청 헬기가 야산에 난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울진·삼척 산불 엿새째인 9일 산림당국은 진화헬기 82대를 동원해 주불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진화율은 75%까지 올라갔지만 여전히 비 소식이 없어 산불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경북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공격적인 진화 작전을 통해 성과를 기대했으나, 그렇게까지는 나오지 못했다”며 “진화율은 75%로 오전보다 5%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앞서 오전 “공세적인 진화 전략이 맞아 떨어져 주도권을 전날부터 잡았고 야간작업에도 진전이 있었다”며 “진화율은 어제까지 65%에서 밤사이 70%로 높아졌다”고 밝힌 데 이은 설명이다.

그러면서 최 청장은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 인근에 화세가 있다보니 계속 불똥이 소광리 쪽으로 날아온다”며 “오후에 또 불똥이 날아오면서 이 지역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새벽 야간작업 중에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일부 구역에 산불이 침범하는 일이 다시 발생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이 9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대책본부 오전 브리핑에서 북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핵심보호구역 방어 진화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최병암 산림청장이 9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대책본부 오전 브리핑에서 북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핵심보호구역 방어 진화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산림당국은 9일에도 금강송 군락지 핵심 지역에 산불진화헬기를 먼저 투입하고 지상 진화인력 접근이 어려운 용봉산 지역에도 항공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지상 진화인력은 금강송 군락지가 포함된 유전자원보호림 외곽에서 확산 저지에 나서는 한편 산불 완전 진화를 위한 잔불 정리에 동원됐다.

하지만 최 청장은 “오전에 시계(視界)가 안 좋아서 헬기 작업을 잘 못했고, 오후 2시부터 헬기작업을 실시했다”며 “화선(火線·불길의 둘레)이 소광리 인근에서 소강상태로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산림당국이 금강송 군락지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쏟는 것은 수령 500년이 넘는 보호수 세 그루를 비롯해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어서다. 이 중 문화재 복원용 금강송은 1200여 그루다. 금강송 군락지가 포함된 산림유전자 보호림의 면적은 3705㏊에 이른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울진·삼척 산불영향구역은 1만9080㏊(울진 1만7779㏊, 삼척 1301㏊)로 집계됐다. 축구장 2만6723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시설물 피해는 주택 292채를 포함한 총 455곳이며 인명 피해는 없다. 산불은 동해 쪽에서 점차 서쪽 숲으로 번지는 형국이며, 헬기 82대와 인력 390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대피 인원은 371명이다.

지난 7일 경북 울진 산불로 불이 번진 북면 나곡리 쓰레기 매립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야간진화작업을 하고있다. 사진 소방청

지난 7일 경북 울진 산불로 불이 번진 북면 나곡리 쓰레기 매립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야간진화작업을 하고있다. 사진 소방청

대피한 주민 중 일부는 이날 제20대 대통령선거에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선관위가 제공한 투표소행 버스에 탑승했다. 경북도선관위는 몸이 불편한 이재민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셔틀버스 4대를 오전 8시와 10시 두 차례 관내 20개 투표소까지 운행했다. 또 산림당국은 진화 인력 중 투표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교대 근무 등을 통해 투표권을 적극 보장했다.

일각에서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산불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불 장기화를 차단할 수 있는 단비 소식이 빨라야 오는 13일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다.

비 소식 이전인 10일에는 동해안 일대에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돼 재확산 우려도 크다. 기상청은 10~11일부터 동해안에 다시 강한 서풍이 불고 13일에는 전국에, 14일에는 강원 영동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비는 산불이 일어나지 않은 서울·충청권에 집중될 것으로 예보됐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울진·삼척은 13일 오후에서 14일 오전 사이 강수 확률 60%로 나타났다. 상황에 따라 비가 내리지 않거나 산불을 끄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8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에서 산불로 담양전씨 집안 재실이 타서 폭삭 내려앉아 있다. 연합뉴스

8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에서 산불로 담양전씨 집안 재실이 타서 폭삭 내려앉아 있다. 연합뉴스

최 청장은 산불 진화 기본 전략을 ‘장기화 전략’으로 전환하는지에 대해 “9일 진화 진도를 봐서 계산해볼 것”이라며 “기상 상태가 양호한 만큼 공세적인 진화 작업을 펼쳐 전체적인 진화율을 이날 중 많이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역 내 곳곳에도 잔불이 남아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집이 안전해졌다고 돌아갔는데 이분들 안전을 위해 잔불 진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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