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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끄러 타지역서 달려온 3800명…대선 투표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울진군 산불 사흘째인 지난 6일 오전 북면 두천리에서 소방관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방수지점을 알리고 있다. 뉴스1

경북 울진군 산불 사흘째인 지난 6일 오전 북면 두천리에서 소방관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방수지점을 알리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이재민들이 신분증을 집에 두고 피신한 가운데 화재 진화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 등 일부는 주소지가 다를 경우 투표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울진군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이재민이나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관 등 관계자를 위해 별도의 투표소를 설치한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주소지를 관할하는 투표소에서 기표를 해야 한다.

이날 정오 현재 울진 산불에 동원된 인력은 3863명이다. 소방관 756명, 군인 1065명, 진화대 371명, 공무원 801명, 경찰 246명 등이다. 이들 대부분 외부에서 온 인력이다. 울진 산불은 지난 4일부터 닷새째 이어지면서 지난 4~5일 있었던 사전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말이 나온다.

울진군 선관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온 진화 인력 등은 본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투표소에 돌아가서 투표해야 한다”며 “안타깝지만 공직선거법상 도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울진에서는 9일 울진초등학교 체육관 등 지역 내 총 20곳에 투표소가 설치된다. 울진군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들이 도심 내에 위치해 화재에 대한 위험은 없다”며 “확진자·격리자 투표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분증을 집에 놓고 대피했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재민 등이 있어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울진군 북면에 거주하는 70대 주민은 “불이 나서 급하게 집에서 빠져나오느라 신분증이고 뭐고 다 두고 나왔다”며 “내일 투표할 수 있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다른 주민은 “다행히 사전 투표를 하고 집에 온 뒤 밥을 먹는 중에 대피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 현재 울진에서는 이재민 279명이 울진국민체육센터와 마을회관 등에 머물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신분증을 놓고 대피한 이재민들은 관할 읍·면·동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임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이재민들을 위해 지역 장애인협회 두 곳이 투표를 도울 방침이다. 선관위는 경북지체장애인협회 울진군지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울진군지회의 협조를 받아 중증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이재민들이 투표장소에 갈 수 있도록 차량 지원에 나선다. 지원을 받으려면 선거 전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이들 단체는 중증장애인 승합차 탑승만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산불 상황을 감안해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산불 대응 업무를 보고 있던 경북 울진군 북면 사무소 직원들이 한수원사택 종합복지회관에서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산불 대응 업무를 보고 있던 경북 울진군 북면 사무소 직원들이 한수원사택 종합복지회관에서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재민 중 일부는 선거를 전후로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덕구온천리조트로 이동해 머물게 된다. 울진군 등은 이재민 대피소에 개인용 텐트 64개를 설치해 가족 단위로 쉴 수 있도록 했지만 온풍기 가동에도 바닥 냉기가 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있어 이동 조치키로 했다.

지난 4일 발생한 울진 산불 피해 규모는 이날 오전 7시30분 현재 주택 272곳, 창고 98곳, 축사 15곳, 식당 3곳 등이다. 산림당국은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로 이번 산불이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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