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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의 자유 절대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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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접속을 끊거나 방해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정보통신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일론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PR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머스크는 곧바로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서비스를 개통했다. 우크라이나의 사이버 방어 수준이 높아서 우려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보도도 있지만, 그래도 스타링크는 도움이 됐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수위를 높이면서 많은 나라에서 전쟁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뜨리던 러시아 언론사가 퇴출당했지만, 머스크는 스타링크에서 러시아 뉴스 매체를 막지 않고 있다. 그는 트윗에서 “몇몇 나라에서 러시아 매체를 막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요구해도 응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안하지만 나는 발언의 자유 절대론자(absolutist)”라고 밝혔다.

자사 주식과 관련한 발언을 함부로 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막대한 벌금까지 물었던 머스크에는 편리한 핑계일 수도 있지만, 그는 가짜 뉴스든 진짜 뉴스든 모든 발언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러시아 미디어처럼) 더 심한 매체가 있을 뿐 모든 뉴스는 부분적으로는 프로파간다”라는 입장이다. 즉, 그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개통한 건 ‘모든’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지 우크라이나의 자유만을 보장하려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