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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들 월평균200 버는데"…현대차에 분노한 중고차 업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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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뉴스1]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뉴스1]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처럼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7일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우선 인증중고차(CPO·Certified Pre-Owned) 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인증중고차는 차량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 정밀한 검사·수리를 거쳐 품질을 인증한 뒤 판매하는 차량이다. 국내에선 벤츠·BMW·폭스바겐 등이 수입차 브랜드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가 가상으로 마련하는 온라인 중고차 전시장.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가상으로 마련하는 온라인 중고차 전시장.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당장은 차량을 구매한 지 5년 이내이면서 주행거리가 10만㎞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만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매입한 중고차는 엔진·차량내외관·차량하부·침수여부 등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한다. 이를 위해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하고 중고차 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해 차량 품질을 검사할 계획이다. 중고차 관련 통합 정보 포털도 운영한다. 중고차 성능·상태와 가격, 실거래 현황 등을 알려주는 사이트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깜깜이 장사’라는 논란이 있어왔다.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성능 등 주요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라서다. 때문에 각종 허위·미끼 매물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내 주요 직영 중고차 기업. 그래픽 차준홍 기자

국내 주요 직영 중고차 기업. 그래픽 차준홍 기자

현대차 중고차 통합 포털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중고차 포털은 중고차의 적정한 가격 산정이나 허위·미끼 매물 선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중고차 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중고차 가치지수와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중고차 성능·상태는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중고차의 사고 여부와 보험 수리 이력, 침수 여부, 결함·리콜 명세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차와 연계한 마케팅도 선보인다.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회사가 매입하고, 신차 구매 때 할인을 해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인 ‘트레이드 인(Trade-in)’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측은 “이를 통해 차량 성능·상태와 이력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신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추후 중고차 처리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앞에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원들이 현대기아차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앞에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원들이 현대기아차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0여개 품질검사…비대면 원스톱 쇼핑   

하지만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대해 중고차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국 자동차 딜러 5만여 명의 월평균 수익은 현재 150만~200만원에 불과하다”며 “현대차가 진입하면 거래량 급감으로 딜러 수입은 20~3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중고차 업계와 함께 마련한 상생 협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정 중고차(5년·10만㎞)만 제한적으로 거래하고, 이외의 물량은 기존 업계에 공급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시장 점유율도 스스로 제한한다. 현대차의 인증중고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5%(2022년)~5.1%(2024년)를 넘으면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해성 사무국장은 “상생방안은 아직 ‘협의’ 중인 사안이지 서로 ‘합의’한 내용이 아니다”며 “특히 5년 이상 10만㎞ 이내의 ‘양질’의 중고차를 모두 독식하겠다는 것이어서 기존 중소 자영업자 중심의 딜러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 관련 논의 연혁. 그래픽 차준홍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 관련 논의 연혁. 그래픽 차준홍 기자

현대차가 이 같은 반발에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파이가 커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 대로 신차(173만 대)의 두 배가 넘는다. 연간 중고차 거래액은 25조~30조원으로 추산된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혼탁한 국내 중고차 시장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가 커지는 현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일단 현대차의 인증중고차 사업을 지켜보다가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하는 방식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선 이후 이달 중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현대차는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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