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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경찰관은 못 지키는 경찰…해마다 20명 극단선택 왜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최근 경찰관이 파출소 내에서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되며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 조직이 정작 소속 경찰관들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다.

경찰관 자료 사진. 연합뉴스

경찰관 자료 사진. 연합뉴스

경찰관 연이은 극단 선택…반복되는 비극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경찰서 산하 파출소에서 50대 경위가 총기로 극단 선택을 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파출소에서 야간 근무를 서던 20대 경장이 극단 선택을 했다.

일터에서 총기를 사용해 외부에 알려진 사건 외에도 유사한 참극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마다 20명 안팎의 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극단 선택의 원인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그 원인을 특정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변사 사건, 수사·민원 등 경찰관 업무의 특성상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겪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2017년최근 5년간 극단선택한 경찰관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7년최근 5년간 극단선택한 경찰관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울증 앓는 경찰관 수 증가

우울증은 극단 선택의 원인 중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우울증을 포함해 마음의 병을 앓는 경찰관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특정 상병코드로 진료 받은 경찰 공무원의 수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는 경찰관 수는 2016년 777명에서 지난해 1123명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에 44.5%가 늘어난 수치다.

참혹한 사고·사건 현장을 목격하는 업무 환경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할 개연성이 높은 경찰관들의 사정을 인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찰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업 중 하나다. 그런데도 계급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 경찰관 개인의 스트레스 요인을 치료하고 상담해 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울증 앓는 경찰관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울증 앓는 경찰관 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찰 트라우마 돕는 ‘마음동행센터’는 상담사 부족

이에 변사사건 수사 등 업무상 트라우마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찰관에 대한 ‘심리 관리’ 체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은 경찰관의 심리 치유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병원 내에 센터를 마련했다.

하지만, 상담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18곳의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인력은 현재 총 26명이다.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은 상담직원이 1명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600여건이었던 이용 횟수가 지난해 2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2020년 기준 센터 상담사 1명이 한 해 상담하는 경찰관은 427명, 상담 건수는 833건으로 집계됐다.

경찰 트라우마 치료 ‘마음동행센터’ 이용횟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찰 트라우마 치료 ‘마음동행센터’ 이용횟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평생 트라우마 겪기도…집중적 지원 필요”

현장에선 경찰관들의 PTSD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를 상담·치료하는 곳의 인력 충원도 중요하지만, 인식 개선 등을 통해 치료센터 이용의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구대 소속의 한 경찰관은 “주변 동료가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한 경우를 아직은 못 봤다. 사고를 목격해 평생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의 사례도 있는 만큼 치료가 필요할 경우 집중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은 인력 충원 등 문제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음동행센터 이용자의) 익명과 비밀이 보장되며, 직원들이 혹여나 센터 이용을 꺼릴까 봐 조직 내부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 위험이 큰 고위험군에게 상담 이용을 유도하고 있으며,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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