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6일 서울 도봉산 입구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했다. 아프게 인정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미래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며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이재명이 이끄는 ‘실용통합정부’는 여러분이 겪고 있는 많은 부동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명운을 걸고 약속드린다”라는 호소도 덧붙였다.
선거 사흘 전인 이날 이 후보는 도봉에서 출발해 성북→은평→신촌→관악→용산 등 서울 자치구 6곳을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유세를 펼쳤다. 대선 전 마지막 일요일에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이자 부동산 민심 이반이 거센 서울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이 후보는 도봉 유세에서 작심한 듯 “이 자리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제 포부와 계획을 말씀드리겠다”고 입을 뗀 뒤, 그간 발표했던 부동산 공약을 총망라해 열거했다.
“집 한 채 꿈 가능케 하는 게 국가책임”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세운 것은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금융 제도’였다. 이 후보는 “집 한 채 갖는 꿈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며 “다주택자, 무슨 건물 투자하는 것 등에 대한 금융은 확 줄이고, ‘평생 처음 집 사겠다’ 이런 거에 대해선 확 풀어주면 얼마든지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은 늘리고 세금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DSR규제에 대해서는 “청년들은 소득이 없으니 미래 소득까지 DSR로 인정해줘서 쉽게 집을 살 수 있게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공급 대책으로는 ‘전국 311만호, 서울 107만호 공급’ 공약을 재차 내세우며 “이런 얘기하면 ‘그냥 말만 하는 거 아냐?’ 할까봐 제가 위치도 콕 집어놨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공약도 다시 환기시켰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자신이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던 과거 사례들을 언급하며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어필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부동산 투기 방지를 공약하면서는 “제가 경기도에서 ‘(공무원들에게) 4급 승진하려면 집 한 채 외에 다 팔아라. 혹시 속여서 승진하면 취소한다’ 이랬더니 6개월 만에 거의 절반 가까이가 팔아치우더라”며 “(당선되면) 다주택자는 고위공직자로 임명하거나 승진을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개발이익환수제에 대해서는 대장동 사업을 거론하며 “(택지개발) 인허가권 행사로 생기는 이익을 왜 개인이 먹나. 제가 (민간업자들이) 그거 못 먹게 했다가 적반하장으로 많이 당하고 있다”며 “개발이익 환수제도가 입법과정에 있는데, 야당이 앞에서는 찬성하면서 뒤에선 못하게 하고 있다. 제가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윤 후보를 겨냥한 ‘무능론’도 다시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관악구 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도자가 경제 안다고 국민 삶 나아지는 것 아니다”(5일)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그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던데, 우리가 계모임을 10명이서 할 때도 계주가 똑바로 안하면 계가 깨진다. 하물며5200만명이 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5대 강국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리더가 유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172석 민주당과 혼연일체 될 것”
이 후보는 또 172석의 거대 여당이 신속한 행정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논리도 강조했다. 그는 은평구 유세에서 “172석의 민주당 의석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조언을 전하며,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성과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72석의 민주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서 민첩하고 기민한 정부로, 해야 할 일을 신속하게 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와 단일화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이날 도봉 유세에 동행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이 후보의 흐름에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저는 부총리로 있으면서 부동산 대책 등 여러 정책 관련해서 청와대와 의견 대립이 있었다. 이재명과 함께 바로 잡겠다”며 “35년간 경제정책을 이끌고 시장을 이해하는 김동연이 이재명과 함께 가장 현실적인 공급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야권에서 자신들의 단일화를 “사기극”이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정치교체가 국민사기극인가, 권력 나누기가 국민사기극인가”라고 반문했다. 자신들의 단일화는 정치교체라는 비전이 바탕에 있는 반면,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야권 단일화는 정치공학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 윤 후보도 제게 와서 입당을 권하며 ‘잘 모시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교체, 대한민국 비전에 대한 관심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도 성북구 유세에서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차악 선택이 아니라,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정한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더 나쁜 정권교체를 해서 뭐하나. 나라살림만 망가진다”고 야권 단일화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후보는 현재의 박빙 판세를 언급하며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관악 유세에서 “저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혹시 한 표 차이로 결정나면 어떡하나”라며 “혹시 모르니까 남은 시간 주변에 전화해 ‘다른 후보는 흉만 보는데 이재명은 우리 삶을 얘기하더라’ 이렇게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학생운동의 주요 무대였던 신촌 유세에서는 “저도 돌 던지러 많이 왔었다”고 회상하며 “지난 세월이긴 하지만 꼭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조금만 잘못하면 다시 또 촛불을 들고 보도블럭을 깨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